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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기술금융 잰걸음

중앙일보

입력

기술금융에 대한 은행권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앞장서 기술금융을 부르짖을 때만 해도 마지못해 시늉만 내는 듯한 분위기였으나 최근 들어 신성장 동력으로 대접하는 추세다. 저금리 기조 지속, 사상 최저 수준의 순이자마진, 낮아지는 평판과 신뢰도 등 사면초가 속에서 돌파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금융은 창업 초기 단계에 있거나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에 새로운 금융기법을 활용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담보대출 위주의 금융 관행으로는 이런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힘들었지만 지식재산권, 기술력 평가 등을 활용하면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게다가 대기업 대출 수요가 점점 줄어드는 데다 가계부문 역시 리스크가 커지면서 중소· 벤처기업 쪽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올 1~5월 실적 시중은행 1위
기술금융 실적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486건, 1922억원에 불과하던 은행권의 기술금융 대출은 연말에는 1만4413건, 8조9247억원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는 5월 말 기준으로 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4만9102건, 31조743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판도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기술금융 경쟁에서 뒤처진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 3월부터 경쟁 은
행들을 추월하더니 5월 말 기준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제외하면 시중은행 중 최고 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은 지
난해 말 7464억원에 불과했으나 올 초부터 다섯달 만에 9127건, 5조215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국민은행의 기술금융은 양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질적 성장 동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전국 1100여 개 점포에서 다양한 기술금융 사례가 속속 발굴되고 있는 것이다. 기술금융 수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업 특성상 자금 순환이 일정 지연돼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으나 국민은행으로부터 필요 자금을 적시에 지원받아 회사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자산 건전성 제고와 기술금융 대출심사 목적에 맞는 자체 모델을 개발 완료하고 지난 6월 19일 KB기술평가시스템 오픈 설명회를 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부 TCB 평가 결과는 물론, 자체 모델에 의한 평가 결과를 지속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내부 신용평가와 기술 평가를 연계한 기술신용등급을 기술기업 심사에 활용함으로써 실질적인 기술금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기술평가시스템은 기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우수성뿐 아니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얻게 되는 가치와 사업 성공 가능성까지 평가에 포함해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과 기업의 미래가치를 추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윤종규 은행장은 “기술금융 평가를 위한 자체 기술평가 모델 오픈을 축하한다”며 “시스템 개발뿐 아니라 심사역들에게도 심사 역량 제고와 전문가로서의 기술평가 역량을 키워나가 달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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