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제약사들 '별난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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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 독도 문제를 연관시켜 만든 한국얀센의 두통약 광고.

제약회사인 한국MSD는 올 하반기 이색적인 신약 발표회를 열 계획이다.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과 이지트롤을 하나로 합친 신약 발표회를 아이 돌잔치처럼 한다는 계획이다. 스타틴과 이지트롤은 함께 먹어야만 효과가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결혼식 같은 행사가 열렸다. 신랑은 스타틴군, 신부는 이지트롤양. 하객은 내과 의사 100여명이었다. 이 회사는 두 약을 함께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신약 발표회를 두 약의 결혼식처럼 꾸민 것. 연사도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처럼 하얀 천 위를 걸어 연단에 오르게 했다.

최근 외국계 제약사의 이색 마케팅이 화제다. 이벤트 형식의 신약 발표회를 여는가 하면, 독도 문제를 광고로 다루기도 한다.

◆튀어야 산다=지난 2월말 서울 가톨릭대에서 열린 알레르기학회에는 옛 교복 차림의 남학생 셋이 등장했다. 학회장 입구에 작은 전시관을 차리고, 참가한 의사들에게 선전물을 돌렸다. 한독아벤티스의 직원들이 교복을 입고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인 '알레그라'홍보에 나섰다. 보통 비염 치료제를 먹으면 졸음이 오는데, 알레그라는 이런 부작용이 없어 수험생에게 좋다는 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교복 차림을 한 것이다. 한독아벤티스의 김성근 차장은 "다른 회사 홍보 전시관도 많았지만 우리 회사 부스에 대한 관심이 제일 높았다"면서 "이달말 경주에서 열리는 이비인후과학회에서도 옛 교복을 입힌 마네킹을 동원해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릴리 직원 80여 명은 지난달 6일 여의도 고수부지의 한 마라톤 행사장에서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 홍보를 했다. 시알리스가 36시간 지속되는 '마라톤 약'임을 내세워 마라톤 대회에서 이벤트를 한 것이다. 이날 여직원 26명도 '발기부전 숨기지 마세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대중 심리를 노린다=지난 3월 중순 지하철 무가지 등에는 '독도 문제로 대한민국 4800만이 머리가 아프다'는 광고가 실렸다. 한국얀센의 두통약 타이레놀 광고였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독도 문제를 상술에 연관시켰다는 지적으로 네티즌들이 논란까지 벌였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광고를 만들 때 그같은 문제를 예상했다"면서 "그러나 인터넷에서 논란이 확산되면서 '타이레놀'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적과의 동침=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한국화이자 영업 직원 220여 명은 올초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1박2일간 합숙을 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이 만성폐쇄성폐질환(천식의 일종) 치료제인 스피리바를 한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화이자와 공동 마케팅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함께 영업 전략을 짜고, 단합을 위해 양사 직원을 섞은 팀끼리 게임도 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최봉훈 차장은 "두 회사의 영업력을 합쳐 조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제약업계에선 이를 '공생 마케팅'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한국바이엘도 2003~2004년에 자사의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함께 국내 시장에 보급했다. 바이엘의 황지나 이사는 "우리 회사는 GSK의 강점인 비뇨기 계통의 영업력을 활용하고, GSK는 바이엘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주.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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