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그리스 회생 구상 … 찬물 끼얹은 IMF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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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리스 국민투표는 끝났다. 다시 돈 계산이 시작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든 아니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추가 자금 자원은 피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10월 이후 1년 동안 그리스 살림살이를 따져보니 293억 유로(약 36조5000억원)가 더 부족하다”고 4일(한국시간) 발표했다.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대로 재정을 긴축하는데도 이 정도 돈이 더 필요하단 예측이다. 이는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지난달 말 IMF 빚을 부도내기 직전에 요청한 3차 구제금융(2년간 240억 유로)보다 많은 돈이다.

 톰슨로이터 등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1년간 293억 유로는) 메르켈이 2012년 2월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예상하지 못한 추가 청구서”라고 했다. 당시 메르켈은 “2015년 1분기 말께엔 그리스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체 신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일부 원금 탕감이 필요하다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주장을 일축했다.

 2012년 당시 메르켈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그리스가 올 5월부터 IMF 자금을 본격 상환하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리스는 지난달 말 IMF 빚을 갚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은 “메르켈은 IMF 예측자료 공개를 극력 반대했다”며 “메르켈에 의해 그리스 문제에서 사실상 배제된 라가르드 IMF 총재가 그리스 국민투표에서 긴축안이 지지를 받더라도 원금 탕감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자료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1년간 부족분 293억 유로를 메우면 그리스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IMF 예측에 따르면 대답은 아니요다. 내년 10월 이후 2년 남짓 동안 226억 유로가 더 부족하다. 2018년 말까지 3년 남짓 동안 부족분을 따져보면 전체 규모는 519억 유로(약 64조6200억원)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IMF가 예측한 부족한 자금 519억 유로는 이미 그리스에 제공된 구제금융 2460억 유로의 21% ”라며 “문제는 메르켈이 추가 자금을 지원해 봐야 그리스 빚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결국 구제금융 원금을 깎아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메르켈이 입을 원금 손실은 519억 유로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자체 통화를 부활하면 상당 기간 구제금융 전체를 갚지 못할 가능성이 커서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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