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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 줄 두 줄 읽다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무서운 이야기를 읽으면 오싹해지며 더위가 가십니다. 아직 무더위가 찾아오진 않았지만 소년중앙은 조금 일찍 납량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소년중앙 카페를 통해 모집한 ‘소년중앙 호러(공포) 단편 소설 공모전’ 결과 두 작품이 공동 당선작으로 뽑혔습니다.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와 소중에 판타지 소설을 연재 중인 하지윤 작가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결과입니다. 유시광(서울 인헌초 5) 학생의 ‘언니, 같이 자자’와 박연지(천안 용곡중 3) 학생의 ‘슬렌더 맨’을 소개합니다. 닭살 주의하세요.

언니, 같이 자자

유시광(서울 인헌초 5)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쌍둥이 자매 둘. 언니의 이름은 하나, 동생의 이름은 두희였습니다. 가족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쌍둥이 자매가 10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여름 휴가로 가족 여행을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어린 쌍둥이 둘만 남았습니다. 가까운 친척들은 모두 외국에 있고 국내에는 만나 본 적도 없어 남과 다름없는 먼 친척들뿐이었습니다. 결국 쌍둥이는 서로 다른 집에 입양됐습니다. 자매가 헤어지던 날 언니는 계속 우는 동생을 달래며 가장 좋아하던 인형을 주었습니다.

“잠이 안 오면 울지 말고 이 인형이 언니라고 생각해. 그러면 항상 언니가 너를 재워주고 너랑 같이 자는 거야. 알겠지? 그리고 언니가 e메일이나 전화로 계속 연락할게. 사랑해.” 그렇게 하나와 두희 자매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언니를 입양한 가족은 아주 나쁘고 심보가 고약했습니다. 새로운 가족은 하나에게 매일 일만 시키고 부려먹으며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그 집엔 하나보다 두 살 어린 연지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특히 못되게 굴었습니다. 연지는 자기 기분이 나쁠 때마다 온갖 트집을 잡아 괴롭혔고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로 고자질해 지하실에 가둬두기까지 했습니다.

“아니! 우리 집에 입양와서 밥만 축내면서 일 하나 제대로 못해요!”

“미안해 연지야.”

“짜증나! 진짜 재수 없어!”

그날도 하루 종일 굶으며 지하실에 갇혀 있던 하나는 저녁에 지하실 문을 열어주는 연지에게 사과를 하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저기, 연지야. 네 컴퓨터 조금만 쓰면 안 될까?

하나는 두희에게 e메일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연락도 못했기 때문이었죠.

“헐! 하는 게 뭐가 있다고 컴퓨터를 한대? 시끄러워! 설거지나 해놓고 자!”

하나는 연지의 손을 잡으며 계속 애원했습니다.

“뭐야. 더럽게! 이거 안 놔!”

화를 내면서 연지가 하나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굶어 힘이 없던 하나는 연지의 손을 놓치며 그만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크게 넘어진 하나는 일어서고 싶었지만 일어나지지 않았습니다.

“연지야 나 좀 도와줘. 일어날 수가 없어.”

말을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서 어딘가 심하게 부딪힌 것 같았습니다.

“엄살 부리지 말고 빨리 일어나. 아휴! 정말 별짓을 다 해.” 쏘아붙이곤 다시 지하실 문을 쾅 닫고 가버리는 연지를 보며 하나의 눈은 점점 감기고 있었습니다.

“두희야. 보고 싶어.”

점점 힘이 빠져가는 하나는 계속해서 동생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두희는 언니를 생각하며 잠을 자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언니가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없네. 많이 힘든가? 내일은 정말 새아빠에게 부탁해 봐야지. 언니와 함께 살고 싶어.”

다행히 두희는 좋은 새 부모님을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두희는 헤어질 때 언니가 준 인형을 침대에 눕혔습니다. 늘 하듯 “언니, 고마워. 밤마다 나를 재워 주어서. 오늘 밤도 잘 자” 인사하고 인형에 뽀뽀를 하고 돌아누울 때였습니다.

“두희야, 같이 자자.”

“두희야, 같이 자자.”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돌아보니 침대 머리맡에 하나 언니가 서 있었습니다.

“그래, 언니. 오랜만이야. 왜 그동안 연락도 없었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두희는 너무 기뻐서 언니를 꽉 껴안았습니다. 그런데 언니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언니의 몸이 이상하게 차가웠습니다. 언니는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 방을 나가려 했습니다.

“언니! 어디가! 언니!”

대답 없는 언니를 향해 소리지르다 두희는 잠에서 깼습니다. 참 이상한 꿈도 다 있다며 평소처럼 인형을 제자리에 두려다 멈칫한 두희는 목이 찢어진 인형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이 기집애는 또 어디 간 거야? 하루 종일 보이지를 않네. 이층 자기 방에도 없고.”

하나의 새엄마가 저녁식사를 하며 하나를 찾자 연지가 입을 엽니다.

“일하기 싫어 도망갔나 봐. 뭐, 다시는 눈앞에 안 나타났으면 좋겠어”

“그러면 집안일이며 온갖 심부름은 누가 하냐?”고 새아빠가 연지의 말에 대답한 순간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연지가 달려가 문을 열어보니 낡은 인형을 손에 든 하나가 서있었습니다.

“너! 이 기집애 어딜 쏘다니다 이제 들어온 거야?”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새엄마가 하나에게 쌀쌀맞게 말했습니다.

“저녁밥은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너 내일 놀이동산만 아니었으면 오늘도 지하실에 갇혔을 줄 알아. 내일 우리 다녀올 동안 집 청소나 잘해놔. 특히 지하실 청소 잘해. 먼지 하나라도 나오면 아주 혼날 각오해.”

“뭘 그리 빤히 쳐다봐! 빨리 이층 네 방에 올라가지 못해?”

하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다음 날 하나만 남겨놓고 모두 여행을 간 후 ‘두희’는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일층을 청소하고 이층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지하실을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정리가 끝나자 가족들이 돌아왔습니다. 오자마자 청소 잘했냐고 묻는 가족들에게 “네. 다 했는데 지하실이 조금…”이라고 대답한 순간. 가족들은 “뭐라구? 지하실이 아직 엉망진창이라 이거지?”하며 트집 잡을 거리가 생긴 지하실로 내려갔습니다.

“뭐야, 깨끗하잖아?”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지하실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날 밤 하나가 입양된 집의 지하실에서 조용히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그때마다 불이 타들어가는 소리에 묻히곤 했습니다.

이층 하나의 방 침대에는 하나가 깨끗한 옷을 입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두희가 앉아 있었습니다. 두희가 미소 지으며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언니 미안해. 혼자 많이 힘들었지. 언니, 이제 같이 자자.”

멀리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심사평 “그 나이대 독자들이 거의 읽었음직한 동화로부터 모티브를 빌려와 담백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는 점이, 마무리에 구축해둔 반전을 돋보이게 합니다. 결말에 이르러 심장이 쿵 내려앉았을 만큼 놀랐다는 점을 굳이 밝혀둡니다. 다만 구어체의 사용에 디테일이 부족했다는 것이 옥의 티로 보입니다. 더욱 정진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유시광 학생은 스토리를 꾸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아직 서툴긴 하지만 설정이나 전개·결말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도 있고요. 읽으면서 계속 결말이 궁금했습니다. 더 긴 이야기를 시도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판타지문학 전문 하지윤 작가

슬렌더 맨

박연지(천안 용곡중 3)

어느 날 밤, 집에는 열여덟 살 서희만이 남겨져 있었다. 시험 대비로 바빴던 서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했고, 밖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왔을 때에야 허리를 폈다. 오랫동안 글씨만 바라본 탓에 정신이 몽롱했다. 하양, 검정, 빨강, or Nothing.

아직 진도는 많이 남아있었지만, 지겨웠던 서희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친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아직도 ‘슬렌더 맨’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슬렌더 맨은 미국 괴담 중 하나로 숲이나 사람이 적은 집에 사는 아이나 사람을 잡아다가 죽인 뒤 피를 빨아먹는다고 했다.

요즘 근방에 실종 사건이 잇따르고, 그중 단 한 사람만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문제는 시신에 혈액이 거의 남아있지 않고 촉수 비슷한 것에 의해 피가 빨린 흔적이 여기저기 자리했다는 것이다. 슬렌더 맨 이야기가 떠돌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미신 따윈 믿지 않는 서희는 코웃음을 치며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홀로 미국에 유학 온 지 벌써 3개월째, 한국의 것들이 너무 그리웠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시 천둥이 요란하게 침과 동시에, 바깥에서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은 방 안의 서희에게까지 똑똑히 들릴 만큼 컸고, 한동안 지속되다 뚝 끊겨 버렸다. 서희는 잠시 볼 안쪽 살을 질근질근 씹다가, 그냥 무시하기로 결심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불행한 일에는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는 소리를 누누이 들어온 터였다. 특히 비 오는 날엔 더…. 서희는 노래를 틀었다. 불길하게 다가오는 공포에 저항하기라도 하듯, 신나고 시끄러운 음악을.

얼마 동안은 음악이 분위기를 바꿔버린 듯 싶었다. 서희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었다. 노래 속, 희미한 노크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처음엔 잘 들리지 않았다. 서희가 불청객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노크 소리가 3배 정도로 커진 뒤였다.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낀 서희는 음악을 껐다. 노크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똑.

일정한 박자를 가지고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서희의 숨이 가빠졌다. 뭐지…저 사람. 서희는 주먹을 꽉 쥐고 무서움을 이겨내려 애썼다. 대여섯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노크 소리는 진작에 멈췄다. 서희의 주먹에서 서서히 힘이 풀려갈 무렵,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속 같은 것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소리….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헉”하고 숨을 들이킨 서희가 재빨리 방문 손잡이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잠겨 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머릿속을 스친 생각에 서희의 목덜미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현관문에는 함부로 열면 요란한 경보음이 나는 도어 락이 설치돼 있고, 방문에는 그저 빈약한 나무 잠금장치만 달렸을 뿐이다. 부모님은 한국에 계셨고, 서희는 혼자 살았다. 그렇다면 생판 모르는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었다는 뜻인데, 그럼 도어 락은….

서희의 생각은 거기에서 멈췄다. 방문 손잡이가 떨어져 버린 것이다. 방문이 스르르 열리는 순간, 서희는 간신히 비명을 참았다. 눈앞에 나타난 것은 얼굴이 없는 정장 차림의 남자였다. 남자 등 뒤에 기다란 촉수 같은 것들이 달려 있었다. 기겁을 한 서희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누, 누구세요?”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다가왔다. 서희는 겁에 질려 남자를 향해 핸드폰을 집어던졌다. 남자의 얼굴에 부딪힌 핸드폰이 깡 소리를 내고 바닥에 떨어졌지만, 남자는 멀쩡했다.

극도의 공포를 느낀 서희가 비명을 지르는 순간, 촉수들이 날아들었다. 서희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목에 감긴 촉수가 서늘했다는 것과 입 안으로 또 다른 촉수가 들어온 것뿐이었다. 곧 뿌드득 소리를 내며 촉수는 서희의 목을 180도 꺾어버렸고, 입 안으로 들어간 또 다른 촉수는 곧장 밑으로 내려가 심장을 터뜨려 버렸다. 동시에 나머지 촉수들이 목의 동맥과 배를 뚫었다.

약 한 시간 뒤, 피와 체액이 남김없이 빨려 2분의 1로 쭈그러든 시체 한 구가 어느 산골짜기 구덩이에 던져졌다. 구덩이 안에는 비슷한 모습의 쭈그렁 시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슬렌더 맨. 피와 체액과 생명을 빨아먹는 괴물.

심사평 “어떤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감정이입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아니라’ 표현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박연지양의 다른 단편 ‘환각’에서 ‘염산으로 지은 밥을 먹고 있는 것’과 같은 비유도 득점 포인트입니다.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지점에서 더 나아가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시도를 늘려가길 바랍니다.”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슬렌더 맨’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습니다.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공포감이 읽는 사람에게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다만 소설 마지막에 시점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쉽습니다.”

판타지문학 전문 하지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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