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①]이국주 "저 삼겹살 3인분밖에 못 먹어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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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록 호로록~' '짜라라라라짜짜~게 먹기' '으리으리!'

과장을 좀 보태자면 지난해 대한민국서 이 유행어 한 번 안 들어본 사람은 없다. 이 국민 유행어는 모두 한 사람으로 부터 나왔다. 개그우먼 이국주(29). 8년의 긴 무명시기를 버티고 대중들에게 다가선 그의 활약에 모처럼 걸출한 개그우먼이 탄생했다며 개그계도 반색이다. 힘든 시절도 많았다. 수입원이 없어 배고팠고 인지도가 없어 서러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드디어 '이국주 시대'가 왔다. 공개코미디·버라이어티·리얼리티·라디오 등 다방면으로 활동가능한 '꽉찬' 팔방미인이다.

1년간 찍은 CF만 10여개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가장 궁금한건 수입이다. "엄청나게 돈 벌진 않았지만 옛날을 생각하면 넘치죠. 허투루 쓰지 않고 꼬박꼬박 모았어요. 그래서 건물 하나 샀어요"라며 웃는다. 여기저기 알찬 사람이라는게 느껴졌다.

취중토크를 하던 날 오전, 이국주가 이석증 투병중이라는 소리가 전해졌다. 쉬어야하는건 아닌지 걱정반 기대반으로 만난 이국주는 호탕했다. "아~ 괜찮아요. 라디오도 하고 다른 프로그램 녹화도 다 했어요. 괜찮아요. 진짜 괜찮아요"라며 기자를 안심시킨다. 인터뷰를 끝내고 나가던 이국주는 "저 오늘 성유리 언니랑 같이 라디오 하는데 의상 어때요? 옆에 있어도 괜찮겠죠"라며 옷매무새를 만졌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이죠. 술은 얼마나 마시나요.

"소주 두 병반 정도 마셔요. 예전에는 더 잘 마셨어요. 언젠가부터 술자리는 술이 아니라 인맥을 위한 자리를 알고 흥겨울 정도만 마셔요. 몸저 누워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면 달려갔어요."

-그렇게까지 어울리려고 한 이유는 뭐죠.

"연예인들이 낮에 여유롭게 커피 마실수는 없잖아요. 다들 스케줄 끝나면 밤 늦으니깐… 모일 수 있는 자리는 술자리에요."

-술 많이 마셨음 간도 안 좋을텐데.

"이번에 아파서 피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간은 깨끗했어요. 간 수치 높게 나오면 술을 아예 끊으려고 했는데…."

-이석증은 좀 괜찮나요.

"스트레스받거나 무언가에 신경을 쓰면 귀에서 경련이 일어나더라고요. 그동안 신경 안 썼는데 이석증이었어요. 잘 버텼죠 뭐."

-많이 아픈가요.

"마치 다람쥐통을 타고 있는 기분이에요. 심하게 어지럽고 앉았다가 일어날때 중심 못 잡을 정도로 비틀거려요. 지금은 좀 괜찮아요."

-건강이상을 느끼는데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요.

"제 기사 댓글을 보는데 '그렇게 뚱뚱한데 병이 없을 수 있겠냐'라는 반응이 있더라고요. '죽기 싫으면 살빼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만감이 교차해요. 이럴때는 내가 과연 이 뚱뚱한 캐릭터를 계속 하는게 맞을까 싶기도 하고요."

-댓글이 자극제라는거죠.

"방송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대중의 반응을 보고 여럿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또 살을 뺀다고 하면 욕 먹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때마다 제가 생각하는대로 하려고 해요. 대중에 휘둘려 살을 빼고 안빼고를 생각하기 보단 필요할때 아직은 아니고 어느 시기가 오면 다이어트해야죠."

-댓글에 상처 받는 스타일이네요.

"상처까진 아니지만 신경 안 쓰일 수 없죠. 그래서 댓글보는걸 많이 줄였는데 여전해요. 후배들도 댓글보면서 힘들어하더라고요. 못생기고 뚱뚱한 캐릭터를 가진 코미디언은 다 비슷한 고민이에요."

-탄수화물을 끊어 6㎏ 빠졌다고요.

"사실 저한테 6㎏은 보통 사람들에겐 2㎏도 안 될 거에요. 한 두끼 정도 안 먹으면 4㎏ 이상 금방 빠져요.(웃음)"

-그래도 6㎏은 어떻게 뺀건가요.

"밥대신 곤약 먹었어요. 섬유질이 많아서 쾌변하거든요. 곤약 먹은지 3일만에 4㎏ 정도 빠졌고 2주만에 6㎏ 감량했어요. 운동으로 빼는 것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죠."

-잘 유지하고 있나요.

"아니요. 곤약 다이어트 덕 좀 봤는데 소속사 옮기고 잦은 회식으로인해 다시 돌아왔죠. 또 라디오 게스트들과도 친해지려고 술마시고 하다보니깐요. 핑계면 핑계인데 자리가 많은 건 다이어트에 최대 적이죠. 아니에요. 제 의지부족이에요."

-얼마나 먹나요.

"사실 엄청나게 많이 먹지 않아요. 다들 제가 잘 먹는줄 아는데 아니거든요. 삼겹살도 기껏해야 혼자 많이 먹어야 3인분 정도 먹어요. 군것질도 잘 안 하고요. 문제는 살 찌는 음식만 좋아한다는 거죠. 탄수화물이랑 국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국밥을 좋아하죠.(웃음) 씹지 않고 후루룩 목구멍으로 넘기는 음식들을 먹다보니 살이 안 찔 수가 없죠. 또 시간이 불규칙적이에요. 한밤 중에도 먹고 아침에도 먹고. 많이 먹진 않지만 자주 살찌는 음식을 먹는 거죠."

-음식 프로그램서 맛깔나게 먹던데.

"안 믿으시겠지만 그게 참 그래요. 음식 프로그램을 나가면 부담돼요. 보여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많이는 못 먹고. 또 저는 무조건 반사적으로 '맛있다'를 외치고 통쾌한 리액션을 해야하잖아요. '프로듀사'서 아이유가 그런 말을 했어요. '한 번 돼지인 사람은 지금 배가 터질 거 같아도 늘 먹을 것만 보면 환장해야할 것 같다' 아 정말 100% 공감 대사였어요."

-아무도 몰랐던 고충이네요..

"아 뭐 그렇다고 먹기 싫은 건 아니에요. 다만 더 잘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죠. '에이 생각보다 못 먹네'라는 반응이 싫어요. 많이 못 먹으면 맛있게 먹자는 생각으로 촬영해요."

-'룸메이트' 멤버들을 사육시켰다는 소리도 있어요.

"으하하 맞아요. 이이 그들은 먹기 싫어하는 표정인데 제가 신나서 막 음식해서 먹이죠. 누가 '배고파'라고 속삭이기만 해도 라면 끓여다주고 뚝딱 만들어내고. 마지막 촬영하고 집에 갈 때도 냉장고에 남은 재료 갖고 음식 만들어서 야무지게 해먹었어요."

>>2편에 계속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정시종 기자
장소=삼청동 르꼬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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