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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도긴개긴’도 이제 표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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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얼마 전 우리말 바루기를 통해 ‘도 긴 개 긴’은 원칙적으로 한 글자씩 띄어 써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 2015년 2분기 수정 내용’을 발표하며 모두 붙여 쓴 ‘도긴개긴’을 표제어로 추가하고 표준어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도긴개긴’은 윷놀이에서 도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나 개로 남의 말을 잡을 수 있는 거리는 별반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조금 낫고 못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비슷비슷해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와 비슷한 의미라 보면 된다.

 원래 ‘도 긴 개 긴’이라 띄어 써야 하나 쓰기에도 불편하고 읽기에도 불편한 점이 있었다. 단음절로 된 단어가 연이어 나타날 때에는 붙일 수 있도록 한 한글맞춤법 규정에 따라 ‘도긴 개긴’으로 붙여 쓸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이번에 ‘도긴개긴’을 한 단어로 붙여 쓰는 것을 인정했다. 국어의 정체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라면 변화된 언어 현실에 맞게 표준어를 조금씩 개선하는 게 국어원의 일관된 기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작 언중(言衆)이 즐겨 쓰는 건 ‘도긴개긴’보다 ‘도찐개찐’이다.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도 ‘도찐개찐’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된소리(ㄲ·ㄸ·ㅃ·ㅆ·ㅉ)나 거센소리(ㅋ·ㅌ·ㅍ·ㅊ)가 예사소리보다 입에 더 달라붙는다. ‘소주’를 ‘쐬주’로, ‘갈치’를 ‘칼치’로 쓰는 이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도긴개긴’도 입말에서는 ‘도찐개찐’이 더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서 ‘도찐개찐’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다만 ‘도찐개찐’을 표제어로 추가하고 ‘도긴개긴’으로 순화해 쓰라고 지시하고 있다. ‘도찐개찐 → 도긴개긴’ 형태로 사전에 올라 있다. 그러니까 ‘도찐개찐’은 바른말이 아니므로 ‘도긴개긴’으로 사용하라는 것이다.

김현정 기자
kim.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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