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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악취 진동하는 방산 비리 업자 패가망신시켜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율곡사업 비리 때 뇌물을 뿌린 혐의로 구속됐던 무기중개상 정의승씨에게 1일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해군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으로 독일 업체로부터 받은 중개수수료 1000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다. 정씨는 1993년 율곡사업 비리 수사에서 전직 해군참모총장 등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그는 안기석 전 해군작전사령관을 자신 회사의 고문으로 영입해 로비를 맡겼다. 안 전 사령관은 정씨로부터 1억7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씨가 중개한 잠수함은 연료전지의 결함으로 ‘잠수 못하는 잠수함’이란 오명을 얻고 있다. 그런데도 해군은 성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잠수함을 인수했다. 무기중개상과 부패한 군 장성 간의 ‘비리 커넥션’이 국가의 국방력을 좀먹고 있는 것이다.

 비리 전과가 있는 무기중개상이 새 방위사업을 따내 또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는 흔하다.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러시아에 제공한 경협차관을 무기로 돌려받는 ‘불곰사업’ 중개에서 받은 수수료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던 이 회장은 이번엔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납품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쏘다가 두 동강이 나는 불량 대공포 몸통을 납품해 수십억원을 챙긴 업자가 그 뒤 대공포 핵심 부품인 레이더 납품 계약을 따낸 코미디 같은 일도 있었다.

 무기를 납품받는 군의 고위층은 정의승·이규태의 전력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과 다시 거액의 거래를 하는 것은 처음부터 모종의 대가를 바라고 비리 가능성을 묵인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방위사업청은 비리에 연루된 업체의 입찰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들은 법원에 집행정지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의 방법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구조화된 방산비리를 뿌리 뽑을 수 없다. 방산비리를 ‘생계형’이라고 표현했다가 국회에서 두들겨 맞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이적행위’라고 말을 바꾸며 비리 근절대책을 약속했다. 이참에 비리를 저지른 업자는 부정수익을 몽땅 몰수하고,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켜 패가망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