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가 말하는 나의 인생 나의 건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건강이란 각자의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지.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만 있으면 뭘해. 건강에도 적당하고 끈질긴 투자가 따라야 하는 거야. 음식도 조심하고 운동도 어느 정도까지는 해야한다는 뜻이지.』
동은 김용완씨 (81·경방명예회장)의 「건강에 공짜는 없다」는 건강체험론이다.
그의 건강투자는 전신마찰법과 녹즙마시기.
아침 6∼7시에 눈을 뜨면 이부자리위에 누운 자세에서 심호흡을 10여회한후 손바닥을 맞대어 36번을 힘껏 비빈다. 이, 앞머리·뒷머리·귀뒤·목·팔·다리의 순으로 역시 36번씩을 문지른다. 시간은 10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지만 하고 나면 온몸이 훈훈해지고 혈액순환도 좋아지며 기분도 상쾌해진다고. 율무죽이나 잣죽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경방서울사무소로 출근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 특별한 업무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스스로의 생활리듬을 지키기 위함이다. 간단한 업무보고를 받기도 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기도 하며 손님을 맞기도 한다.
11시와 하오3시는 그가 가장 기다리는 말차타임이다.
말차란 차나무의 첫순을 따 말려 곱게 가루를 낸 것으로 다기에 차 숟갈로 두 스푼을 넣고 온수를 부어 거품이 가득찰 정도로 저어서 마신다. 그냥 마시면 약간 씁스레하기 때문에 비스킷 한 두개를 먼저 든다.
이렇게 하루 두차례 말차를 마시고 때로는 녹차를 마시기도 한다. 젊었을 때부터 계속 해오고 있는 이 차마시기는 정신수양을 겸하는 최고의 음료라며 손님에게도 코피대신 이것을 권한다고.
그는 식성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점심은 사무실 근처의 골목길 식당에 들어가 손님들과 어울려 1천5백원짜리 냉면이나 설렁탕을 들고 나온다.
중식후에는 사무실 한쪽에 마련된 침대겸용의자에서 편한 자세로 30분에서 1시간정도 낮잠을 즐긴다. 회사일에 신경을 안쓰고 머리가 복잡할 이유도 없는지라 그렇게 잠이 잘 올수가 없다는 얘기다.
동은의 또 하나의 건강비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참지 않고 마구 해버리는 것.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일 겨를이 없다고 특유의 걸찍한 목소리로 웃는다. 아무나 보고 욕설도 잘하고 나쁜짓도 잘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악당당수」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고 소개한다.
젊은 여자보고도 상스러운 소리를 할 수 있는 호탕함이 그를 더욱 젊게 해주는 회춘제인지도 모를 일이다.
「노상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다」 라는 말을 남길수 있게 열심히 살다가 편하게 죽는게 소망이라면 소망이라고.
3살위의 부인과 함께 둘째사위 (성주호 연세대의대학장)가족과 한집에서 지내고 있다.
글 신종천기자 사진 최재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