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연휴 전국관광지|관광객 크게 늘자「바가지」판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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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숙박난에 바가지 요금―신정연휴기간 관광·온천지 등을 찾은 휴양객들은 올해도 어김없는 업자들의 횡포에 혼쭐이 난뒤 돌아왔다.
『오뉴월 메뚜기도 한철이니 이해하라』는 농담까지 섞어가며 협정요금의 3배까지 방값을 요구하고 어린이들에게까지 추가요금을 강요하는 바람에 짜증을 내야했고 턱없이 비싼 음식값에 당초 일정을 줄이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 유난스레 바가지 요금이 판을 친것은 구정이 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대부분 다례를 구정으로 미루고 신정연휴기간 관광지에 몰린 때문―업자들은 지난해보다 30∼1백50%까지 관광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두드러지게 늘어나자 일부호텔에서는 가족오락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제주에서는 초하룻날 첫비행기와 첫 여객선으로 도착한 전원에게 무료숙박·무료관광의 서비스를 하기도했다.
선거철이 임박해서인지 예년이면 온천지마다 붐비던 국회의원등 정치인의 모습을 볼수 없었다는 것도 올 연휴기간의 특징이라는게 업자들의 말.

<수안보>
수안보온천에는 지난해 3만명의 1.5배인 7만5천여명의 관광객이 몰려 호황을 이뤘다.
3개 호텔과 유드호스텔, 16개 여관·여인숙·민박등 4백개의 객실이 있으나 이미 지난 연말에 모두 만원. 예약을 못한 관광객들은 방을 구할 수 없어 8km떨어진 충주시내에 여관을 잡고 온천욕을 해야했다.
수안보온천의 19개 대중목욕탕도 연일 초만원을 이뤄 3만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2일에는 온천욕을 즐기는 것은 엄두도 못낼 정도였고 온천객들은 고작 물을 끼얹는데 만족해야 했 다.
수안보관광협의회 회장 박준성씨는『선거철이 가까와서인지 예년과는 달리 국회의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며『연휴기간 중에도 1∼2개팀 정도는 선거에 대비한 선심관광객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설악산·경포대>
설악산국립공원에 3만5천여명을 비롯, 경포에 2만8천명등 9만여명이 영동지방에 몰려 작년 신정연휴때의 5만명에 비해 80%가 늘었다.
설악산관광촌의 경우 89개의 여관이 있지만 70%가 봄부터 가을까지 학생수학여행단을 받는 이른바「학단여관」으로 겨울철에는 아예 휴업하기 때문에 신정연휴동안 설악산관광촌에서 방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설악동에서는 협정요금(2인 1실기준)이 1만2천원인 방1개를 3만원씩 받기도.
가까스로 K장에 방하나를 잡은 김모씨(37·서울 대방동)는 겨우 찬기운이 가신듯한 방바닥에 때묻은 베개와 이부자리, 더운 물은 커녕 찬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욕실을 보고 당장 되돌아가고 싶었다는 것.
김씨는 항의를 하러 프런트에 내려갔다가 방을 못 구해 서성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항의할 용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낙산사아래 횟집에서 2일하오 2천5백원짜리 전복죽을 시켜 먹은 이태빈씨(38·인천시 송림동)는 전복죽 색깔이 너무 푸른빛을 띠어 자세히 보니 전복죽이 아니고 소라를 잘게 썰어 넣고 끓인 소라죽이었다는 것.
3일하오 강릉∼서울간 고속버스표는 3천3백50원짜리가 8천원에 암거래됐다.
설악동 신단지에서 정아콘도(구명성콘도)까지 택시미터요금이 1천2백∼3백원거리지만 택시운전사들은 아예 미터기를 꺾어놓고 2천5백∼3천원씩 받았다.

<제주>
외국인 4백16명을 포함, 1만4천6백75명이 제주를 다녀간 것으로 집계돼 지난해 보다 42%가 늘었다.
이들이 제주에 뿌린 돈은 11억7천3백만원(지난해 8억5천4백만원).
연휴 마지막날인 3일에는 제주공항에 40대의 항공기가 운항, 제주공항 개항이래 가장 많은 7천8백94명의 승객을 실어 날랐다.
제주공항대합실은 상오7시부터 하오 10시까지 승객이 붐벼 발디딜틈 조차 없을 정도로 혼잡을 이뤄 국제선 수속대를 국내선 수속장소로까지 이용했다.
연휴기간중 관광객 한사람이 소비한 관광비용은 항공료와 숙박비외에 2박3일기준으로 7만2천원(외국인은 35만원).
한편 제주관광협회는 1일 KAL과 카페리 첫손님 1백명에게 2박3일간의 무료숙박권과 관광지무료관람권·목각·돌하루방을 선물했다.

<부곡온천>
지난해보다 3만여명이 늘어난 16만명이 다녀갔다.
부곡온천지는 몰려든 차량과 인파로 발디딜틈 조차 없었고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 5개소·여관 25개소의 숙박시설로는 태부족. 예약을 못한 관광객들은 인근 거문리·신촌리 항글마을 민박촌을 찾아 연탄난로 방한칸을 하룻밤 빌리는데 1만5천∼3만원까지 줘야했다.
그나마 방을 못구한 관광객중 오너드라이버들은 아예 50km나 떨어진 대인, 마산까지 원정숙박을 하기도했다.

<온양·유성 온천>
신정연휴기간중관광객은 계룡산등산객을 포함해 3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5%가 늘어난 셈.
하루 6만여명이 몰린 유성온천은 90%가 가족단위 관광객들로 예년과는 달리 부모를 모시고 온 경우가 많았다.
유성온천과는 달리 온양지방에는 신혼커플이나 아베크족들이 많아 소비성향이 두드러져 커플한쌍이 숙박비를 포함, 하루 10만원정도의 경비를 쓴 것으로 추산돼 연휴기간중 8억∼9억원 정도가 뿌려진 것으로 관광업소들은 보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크레디트카드가 일반화된 때문인지 유성온천에는 카드를 사용하는 연휴객들이 많았고 일부 크레디트카드 회사에서는 판촉활동을 위해 자기회사 카드를 사용하는 회원들에게 숙박비 30%의 할인혜택을 주기도 했다.

<경주>
신정 연휴기간중 경주를 찾은 4만1천여명이 경주시내에서 뿌린 돈은 줄잡아 12억5천만원으로 1인당 평균3만원꼴.
특히 이번 연휴중 가족단위로 관광이나 휴식을 취하는 현상이 두드러지자 몇몇 관광호텔측에서는 가족대항 활쏘기·농악놀이·빙고게임·캠프파이어등 다양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가족들이 함께 볼수 있는 영화 등을 비디오를 통해 서비스하는 여관들도 있었다.
일가족 3명이 2박3일 예정으로 경주에 왔던 양용씨(34·대구시 남산동) 는 1박2일에 25만원이나 들어 예정을 하루 즐겼다면서 관광대중화 추세에 맞춰 여행비용의 저렴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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