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리비 명목으로 시장 상인들에게 금품 받은 혐의 시장 경비원 경찰에 적발

중앙일보

입력

보호관리비 명목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수 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시장 경비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013년 4월부터 2015년 4월 사이 서울 종로구의 한 전통 시장에 있는 상인들로부터 700여차례에 걸쳐 5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상습공동 공갈)로 시장 경비대장 김모(63)씨 등 3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시장 관리회사는 화재 같은 시장 내 안전사고를 막고 질서 유지를 돕기 위해 김씨 등 경비원을 고용했다. 이들은 시장 규정에 따라 도로와 점포 사이를 황색실선으로 구분해 놓고 상인들이 이 실선 밖으로 물건을 진열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겨울철 상인들이 개인 난방용 화기를 사용하는 것도 막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 등은 상인들이 이를 처음 어길 경우 ‘앞으로 조심하겠다’는 각서를 받았고, 세 번째 적발되면 ‘사흘간 영업정지’라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적재물이 많고, 오가는 사람이 많은 시장 특성상 규칙을 제대로 지킬 수 없던 상인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매일 3000~5000원씩을 ‘보호관리비’ 명목으로 김씨 일당에게 줬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피해 상인들은 경찰에 “(김씨 일당이)정말 지긋지긋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보복성 단속을 걱정해 피해 진술에 선뜻 응하지 않자 1년여간 잠복하며 범행 장면을 촬영하는 등 증거를 직접 모았다. 김씨 등 구속된 3명은 경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다른 전통시장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