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희귀 겨울철새가 안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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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낙동강하구 을숙도에 희귀 겨울철새가 자취를 감췄다. 겨울철(12∼2월) 을숙도에 드물게 나타나는 독수리·검독수리등 천연기념물(243호)과 희쪽지 참수리·알락해오라기등 희귀조류가 지난겨울(금년1∼2월)에 이어 올 겨울에도 발길을 끊었고 큰고니(천연기념물201호)·잿빛 개구리매등 희귀 겨울철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희귀 철새들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지난해 4월 착공된 하구언공사로 강바닥 개펄이 뒤집혀 먹이가 줄어든데다 공사차량의 소음과 매연으로 조류 서식지의 자연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인것으로 조류학자들은 분석하고있다. 이같은 사실은 조류학자 이정일박사(38· 동국대)가 공사 후 첫 겨울철인 금년 1∼2월과 12월, 그리고 지난 72∼76년사이 을숙도일대의 야생조류서식 실태를 비교 분석한 조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이박사는 공사계획 단계에서 예상됐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면서 보호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자취감춘 조류>
천연기념물 제243호인 독수리와 검독수리, 제205호인 재두루미가 84년 1∼2월과 12월의 조사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독수리는 72년부터 76년 사이 이곳에서 4마리가 관찰됐고 80년에 경기도에서 한마리가 관찰됐다.
검독수리는 73년부터 75년까지 매년 한마리가 관찰됐으나 84년 조사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74년8월 내장산에서 한쌍이 발견돼 단독 또는 암수 한쌍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는 70년대 조사에서 12마리가 관찰됐으나 금년 조사에서 찾지못했다.
73년11월 경기도 파주에서3백16마리, 12월에 38마리가 관찰됐으며 이곳에서 떼지어 서식하고 있다.
또 70년대 한마리가 관찰된 희귀 겨울새인 흰쭉지참수리는 금년에 보이지 않았고 다른지역에서도 관찰된적이 없다. 항아머리독수리도 70년대 조사에서 한마리가 확인됐으나 금년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새는 가을에 우리나라에 왔다가 이듬해 봄철에 날아가는 겨울철새로 온몸은 검은빛 갈색에 꼬리위·아래 덧깃은 연한 노란빛 갈색이며 부리는 어두운 갈색이다.
또 잿빛개구리매는 70년대 조사에서 두마리가 발견됐으나 올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줄어든 조류>
72∼76년 조사에서 두번째로 수가 많았던 민물도요새 (2천7백61마리)는 올해에는 수가 격감, 18번째 (1백91마리)로 떨어졌다.
또 천연기념물인 큰고니도 70년대 1천1백70마리에서 올해 3백15마리로 73% (8백55마리) 나 줄었다.

<먹이생태계 변화>
검독수리·물수리등 어육식성 맹금류의 감소는 하구언공사로 강바닥이 뒤집히는 등 자연의 파괴에 따른 먹이군의 생태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취를 감춘 재두루미를 비롯, 서식밀도가 3분의1로 줄어든 큰고니등 대형조류는 공사장의 차량과 인파등의 소음으로 서식지를 떠난 것으로 판단된다.

<대책>
낙동강하구에 서식하는 조류는 모두1백62종.
이중 겨울철새는 49·6%인 80여종, 천연기념물 18종, 희귀철새 37종.
이박사는 개발이 진행됨에따라 자연환경이 파괴돼 조류의 생태변화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상태가 계속될 경우 이지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존재가치도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구언 공사>
부산시 서구 하단동과 북구 명지동을 잇는 총연장 2천4백m의 제방이 낙동강 을숙도 북쪽에 건설되며 하구언지점으로부터 낙동대교까지의 우안(右岸) 제방 6천m를 증축, 2백만 평방 m의 단지를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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