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의학계 결산|성장호르몬 개발·골수이식등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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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양의학전래 1백년이 되는 금년은 렙토스피라, 레지오넬라등 괴질 파동으로 의학계가 유난히 시끄러웠던 한해였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본다면 이들 균들이 처음으로 분리·확인된 것이 성과가 될수 있고 그밖에도 한방의료보험이 일부지역에서 실시되었으며 십장재단도 금년에 설립되었다.
기초 및 임상의학분야에서는 어떤 연구들이 있었는지 몇가지 사례를 모아 한해의 의학계를 결산해본다.
▲인간성장호르몬개발=연세대의대 이원영교수(미생물학)가 왜소병의 치료를 위한 인간성장호르몬의 배양과 대량생산방법을 처음으로 확립했다.
뇌하수체선종환자의 뇌하수체세포를 시험관안에서 조직 배양했는데 이세포들은 지속적으로 호르몬을 생산하며 정상적인 인간성장호르몬과 똑같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특허출원중에 있으며 인체적용이 끝나는 내년중으로는 실용화가 될것으로 보인다.
▲단세포군항체개발=특이한 항원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단세포군 항체는 암등 각종 질병의 진단 및 치료의 총아로 이의 연구개발에 많은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대의대 암연구소의 차창룡교수 (미생물학) 정홍근교수 (생화학)팀이 장티푸스·백혈병·간암을 진단할 수 있는 단세포군 항체를 개발해냈다.
이를 이용한 진단용 키트의 개발은 클론 치료제 개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됐다.
이밖에 국립보건원의 백승복 병독부장팀도 세포융합을 이용한 일본뇌염의 조기진단을 위한 단세포군 항체를 만들어냈다.
▲냉동정자의 시험관내 수정성공=고려대의대 구병삼교수 (산부인과) 는 배란직전의 난자를 채취, 배양시킨 후 여기에 영하 1백96도에서 장기간 냉동 보관된 정자에서 활동성이 강한 정자를 분리, 수정해 수정란을 얻고 이를 64세포기까지 분열시키는데 성공했다.
구교수팀은 정자과소증·정자감소증등의 불임부부를 위해 정자은행도 운영하고있는데 내년중에는 냉동정차를 이용한 최초의 인공수정아도 탄생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대의대 산부인과팀도 지난봄부터 시험관아기 특수클리닉을 운영하는등 체외수정에 대한 연구가 금년부터 점차 활기를 띠기 시작, 시험관아기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암세포의 체외배양=서울대의대 외과의 김진복·박재갑교수팀이 암의 조기진단 및 치료방법개발을 위한 전 단계로서 인체에서 분리한 위암세포와 대장암세포를 각각 80대, 55대까지 계대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종양관련항원을 찾고 그에 대한 항체개발을 위한 실험에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외국에서 분양요청이 오고있다.
▲중증재생불량성 빈혈을 골수이식으로 치료=가톨릭의대 혈액종양학과 김동집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중증재생불량성빈혈환자에게 혈액형이 다른 동생의 골수를 이식, 치료함으로써 지난해 백혈병 골수이식성공에 이은 또 하나의 개가를 이룩했다.
또 이 팀은 골수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면역요법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기도 했다.
▲버거씨병의 새로운 치료법확립=버거씨병이란 말초부위, 주로 발가락의 혈액순환이 안돼 그 부분이 썩어 들어가는 병으로 이제까지 교감신경절제술이 고작이었으며 그나마 치료효과가 나빠 결국은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고려대의대 백세민교수 (성형외과)가 새로운 기술를 개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즉 막힌 혈관을 전부 뚫어주고 이미 못쓰게된 혈관은 정맥으로 대체해주는 미세수술법을 시도한 것인데 현재까지 1백20예 거의 전례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내년에 국제학회에 보고할 예정.
▲화학적 디스크용해법 정착=이것은 열대식물인 카이모파파야열매에서 추출한「카이모파파인」을 튀어나온 디스크에 주사, 이를 녹여서 제거하는 방법으로 지난5월7일 연세대의대 김영수교수(세브란스 영동병원 신경외과)에 의해 처음 시도되었다.
지금까지 1백40여예를 시술해 95%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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