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은 모두가 마음을 나누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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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래전부터 크리스머스는 특정한 종교의 축일이거나 종교인의 축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크리스머스의 본질적 의미가 전 인류를 구한다는 그리스도 정신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들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은 철저하게 세속화된 노는 날로도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크리스머스는 가족과 함께』라는 구호가 매스컴을 타고 벽마다 표어까지 남발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비신자가 올바른 태도로 크리스머스를 보내는 모범적 답안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남들이 들뜬 기분으로 크리스머스를 보낸다고 집안을 꾸미고 트리를 만들고 손님을 초대하며 음식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너무 소박하고 조용하게 보내는건 아닌지 섭섭해하는 아이들에게 적당히 해야할 말을 모르겠다고 서울응암동에 사는 김화자 주부는 묻고 있는가하면 『저는 아이들에게 간단한 선물이나 사주고 평일보다 더 일찍 자버립니다. 매스컴 공해와 주위의 흥분된 분위기가 더 피곤하거든요』라고 말하는 주부도 있다.
종교도 역시 다양한 인간 삶의 한 모습이라고 볼 때 다른 현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이므로 환경과 개성에 따른 각양각색의 모습이 드러나는 일이겠지만 특히 이날의 잘못된 인식으로 지나치게 불편하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사례는 없어져야 할것이다.
크리스머스의 본질적인 의미는 덮어두고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는 형식적인 행사에서는 벗어나야 하며 어떤 의미에서건 진실과 화해분위기를 이루는 하루가 되기를 정의채신부(불광동 본당)와 곽선희목사(소망교회)는 바라고있다,.
크리스머스는 분명 종교적인 특정한 축일이지만 공휴일로 되어있는 총체개념으로 볼때 종교도 역시 다양한 인간 삶의 한 모습이라고 볼수 있다.
이런 문제를 두고 정진홍교수 (서울대 종교학) 는 종교적 축일을 비신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며 신자와 같이 경건하게 종교적 차원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은 인위적인 처사라고 강조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크리스머스는 국적 없는 명절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비신자까지 공연히 들떠 흥청거리는 것은 곤란하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크리스머스는 공휴도 아니며 신자들만 이날을 기리는 것으로 듣고있다.
크리스머스의 무드나 정서를 살려 일반적인 축일로 만들려면 이제 크리스머스도 한국적인 것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집안에 배달되는 카드를 보내준 분을 기억하며 실내에 장식해 놓고 경제적 부담에 알맞는 트리나 환경장식은 아이들의 정서나 교육면에서도 도움이 될것이며 뜻을 기리는 일이다.
지나친 가무나 남아 돌아가는 음식상은 나쁘겠지만 식구들이 즐기는 몇가지의 음식을 마련하여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는 일은 허용해야 될 것 같다.
그러나 서로 터놓고 지내는 아주 부담 없는 사이라도 자정을 넘어 불쑥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삼가할 일이며 자정안에는 서로의 방문과 전화안부는 즐거움을 더해 줄수 있을 것이라고 한정신교수 (숙대 교육학) 는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개신교 신자수가 5백43만7천이며 천주교신자가 1백53만명등으로 거의 7백만명으로 추산, 우리나라인구의 17.5%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때 비신자들의 올바른 계몽은 시급한 문제로 부각되어져야 한다.
신자들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 신자들만 즐기는 크리스머스가 아니라 모두의 명절로 서로즐겁고 마음을 나누는 가족과 친지의 어울림은 거룩한 성탄의 본질적 의미와도 맥이 닿아 있으리라 생각된다. 신달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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