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코앞에 닥친 TPP 시대, 또 실기해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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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미국 의회는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켰다. TPA는 미국 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의회는 그 내용을 수정하지 못하며, 승인 또는 거부만 할 수 있는 일종의 ‘신속 협상권’이다. TPP 협정 타결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 열리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늦어도 다음달 중 협상 체결을 마치고, 연내 미 의회 비준까지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TPP가 타결되면 창립 멤버인 12개국만 합해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단일 시장이 형성된다. 세계 무역 질서의 일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규모뿐만이 아니다. TPP의 목적은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이 각기 다른 12 나라가 통일된 무역 규칙에 합의, 새로운 세계 무역 질서와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뒤늦게 참여를 결정한 우리로선 규칙 제정에는 권한이 없고 만들어진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TPP 참여국 중 우리와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뿐이다. 창설 후 TPP 참여는 사실상 협상이 없는 한·일 FTA를 수용하는 것과 같다. 협정문이 공개돼 봐야 알겠지만 이는 한·중 FTA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과거사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는 한·일 관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TPP에 불참할 수도 없다. 당장 누적 원산지 인증 등에서 제외되면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크게 밀릴 수 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TPP를 통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설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일본이 안보는 물론 경제 쪽으로도 신밀월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움직여 가입 시기를 앞당기고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따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외교·안보를 아우르는 치밀한 TPP 협상 전략을 짜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