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에 꼭 해야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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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학교와 대부분 중·고교가 21일부터 방학에 들어갔다. 44일이나 되는 긴 겨울방학은 학부모들에게는 별로 반갑지 않은 기간이 될 것이다.
학교에 일임하다시피했던 자녀들의 일상을 하나 하나. 채근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공부만 하라고 채근한다고 고분고분 말을 듣지도 않고 그렇다고 제할대로 놓아두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니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이다.
생업에 바쁘다고 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에는 자녀교육은 너무 중요한 것이다.
한 가정의 번영은 물론 나라의 장래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각별히 마음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흔히 얘기되는대로 자녀교육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힘을 기울일 것은 덕육이다. 지육에 관한한 학교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가정의 역할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하라고 채근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비뚤어지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과보호의 부작용 때문에 고민하는 가정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학교교육의 목표로 전인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학과목을 가르치는 것 만으로도 힘이 부치는게 교육현장의 형편인 것이다.
예절바른 학생으로 지도하고 싶고 또 그럴 여력이 있다해도 가정의 도움없이는 별 성과가 없는것이 덕육일 것이다.
방학동안이라도 웃사람에 대한 예의범절을 익히게 하고 일상의 좋은 버릇을 터득케 한다면 더 이상 좋은 자녀교육도 없을 것이다. 이것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방학의 큰 보람이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들 가운데는 공부만 잘했지 다른 면에서 별 쓸모 없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예절바른 말 한마디를 제대로 못하는데 학교성적 하나 좋다고 해서 교육을 잘 시켰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겨울방학은 자녀들의 이런 모자란 부분을 보충하고 균형있는 인격체로 다듬는데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사람구실을 못하는 현실에서 공부는 해야겠지만, 그 틈틈이 정서도 함양하며 몸도 단련하고 친척이나 이웃등 인간관계를 원만히 하는 훈련도 하도록 해야한다.
미국같은 나라에서 자녀들에게 방학기간중 아르바이트를 하게 하거나 무전여행을 떠나게해 사회의 보상을 익히고 접하게 하는 일은 우리에게도 참고가 된다. ,
방학중 자녀지도는 제각기 가정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겠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스스로의 문제를 물어나가는 일에 익숙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되어야한다.
산업사회가 진척되면서 청소년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띄어가고 있다. 청소년범죄의 흉포화·연소화 현상이 한 가정에서의 자녀에 대한 관심도와 직접 관계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그런 각도에서도 꼭 필요하다. 돌보지 않으면 잘못되기 쉽고 지나치게 간섭을 해도 비뚤어지기 쉬운 게 성장기 청소년들이다.
이번 겨울방학은 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자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게끔 다같이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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