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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민은 미국서 풀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어느날 뉴욕주재 한국총영사관의 한직원으로부터 긴 하소연을 들은적이있다.
『한국상품을 수입하기위해 서울에 가려하니 내 사무실로 와서 입국사증을 찍어달라』는 미국바이어의 괘씸한 전화가 한달에 한두번, 많을 경우 몇차례씩 걸려온다는 것이다.
한국상품을 수입한다는 말에 이무례막심한 전화를 받고도 화조차내지 못하고 정중히 타일려 총영사관으로 나오게한다는 이 직원의 얼굴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침통했던것도 물론이다.
이처럼 모욕을 받고도 참아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받아온 각종 지원과 우의에 대한 겸양탓이리라.
그런데 적어도 경제적인 측면의 한미관계는 어느덧 1-1로 자리를 굳혀 이같은 모욕만은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는게 저간의 실정이다.
누구나 아는것처럼 미국상무성은 지난 몇년간 한국상품이라면 거래액이 큰 품목부터 차례차례 시비를 가리고 나섰다. 타이어와 철강재, 그리고 TV가 그러하며 앞으로도 어느 품목이 반덤핑제소에 걸려들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려한 상황속에 효력발생이 신년으로 닥친 「레이건」행정부의 「통상관세법」 을 주목치 않을수없다.
「통상관세법」이 앞으로 미국의 수출을 확대하고 또 수입을 규제하기 위한 「부가의 보도」로 활용될것임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문호개방이 안되거나 수입량이 많다고 생각할때 반덤핑제소나 상계관세를 아전인수격으로 활용할것이며 더욱 우려되는 서비스·지적소유권의 주장에서도 마찬가지 예측이다.
물론 미국의 입장을 전혀 고려에서 제외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내년도까지의 예산상 누적적자가 무려 2천50억달러에 이르며 금년도의 무역적자만도 자그마치 1천3백억달러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적자나라다. 여기에 으로도 엄청난 기술개발비와 국방비가 필요한터에 만성적인 실업누증은 당분간 막아낼 묘안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의 입장이 그렇다해도 문제해결에 결정타가 될수없는 한국상품에 대한 과잉규제는 양국간의 전통적 이해관계로 보아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한국상품이 83년 단 1년간, 그것도 불과 19억7천만달러정도 흑자를 냈다해서 경계론까지 내건다는것은 논리의 모순이다.
19억달러의 혹자가 구조적으로 정착될수 없는것이 우리의 경제환경이며 더구나 72∼73년간 한국의 대미수출증가율이 연평균 23·2%인데 반해 미국의 그것은 24·9%라는 수치로도 한국경제가 경계의대상일수는 없다.
따라서 미국은 그들의 경제적 고민을 대외관계에서보다는 내부구조의 개혁을 통해 개선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미국경제를 돌이켜보면 전후의 자유시장시대를 거쳐 오일쇼크 이후에 나타난 경제적인 신고립주의시대로양분, 오늘에 이른다.
자유시장시대의 미국경제가 자유세계간의 분업과 선진·후진국간의 분업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시켰다면 신고립주의시대의 그들은 오일쇼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풀이가 옳겠다.다시 말해 자유시장시대가 사회학자「제임즈·을리버토버트슨」교수의 주장처럼 『자유세계의지도자』 『최강대국』 『평화유지국』『세계경찰』 『세계정부』 등의 「미국지상주의개념」을 만들었다면 신고립주의는 경기후퇴만을 촉진했다는 설명이다.
오일쇼크이후의 일본이 기술·생산· 수출등 경제 각분야에 걸쳐 효율성을 극대화, 그 결과가 80년이후 「세계제2의 부국」으로 시서히 등장하고 있을때 미국이 그 과정에서 이렇다할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는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해답은 극히 간단명료하다. 부존자원이 거의없는 일본이 오일쇼크를 체질의 개선내지 강화의 교훈으로 삼은데 비해 자원국인 미국은 일본처럼 신중하거나 기민하게 대처하지못한데서 빚어진 차이점일뿐이다.
미국이 이같은 내부모순을 「보호울타리」라는 「통상관세법」을 통해 해결하려든다면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은 큰 충격이 아닐수 없다.
보복조치권한을 가일층 강화하는것으로 그치지않고 통상의 개념에 서비스및 지적소유권까지 포함시켜놓은터에 개도국은 설땅이 없다.
수입품목을 늘리라든지, 수출가격을 낮추라는등의 「큰소리」는 물론 저작권을 인정하고 기술사용료를 내라는등 온갖 무리한 요구가 줄줄이 나타날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섬뜩한 생각이 든다.
세계를 놓고 볼때 이 법안의 희생자는 누구인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불때 구주공동체 (EC) 도, 그렇다고 일본이 대상일수는 없고 한국과 같은 개도국이 희생을 감수해야한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원료와 제품판매의길을 막아놓는다면 미국이 개도국에 공여한 7천억달러의 채권은 어떻게 환수할것인가.
미국에 대해 미국과 개도국이 다함께 공존공영 할 수 있는 태도를 묻고싶다. 이경량<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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