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30대 여성 뉴욕 관광 중 피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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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30대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대낮에 뉴욕 맨해튼에서 흑인 남성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시경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오전 11시30분쯤 한국인 임모(31)씨가 맨해튼 42번가 공공도서관 옆 브라이언파크에서 나오다가 뒤쫓아온 흑인 남성(43)이 휘두른 마체테(날이 넓고 긴 밀림용 칼)에 맞아 팔을 다쳤다. 사건 발생 장소는 맨해튼 중심부로 유명 관광지인 타임스스퀘어에서 두 블록 떨어져 있다.

 뉴욕경찰은 오른팔 두 곳을 찔리는 부상을 당한 임씨가 현재 밸뷰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뉴욕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임씨에 대해 “의식이 있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은 임씨가 퇴원하는 대로 귀국을 지원할 방침이다. 임씨는 유엔이 정한 ‘제1회 요가의 날’을 맞아 일행 3명과 함께 지난 13일 뉴욕에 왔다. 사건 당시 임씨는 요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이었다.

 범인은 현장에서 공원 경비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그가 2010년에도 이번에 사용한 것과 비슷한 칼을 휘둘러 붙잡히는 등 지금까지 23차례 체포됐다고 밝혔다. 범인은 마약 전과와 정신 질환 병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인지는 아직 판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맨해튼 대로에서 혼자 있는 아시아 여성에게 다가가 안면에 둔기를 휘두른 뒤 달아났던 연쇄 ‘묻지마 폭행’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25)는 22일 오후 맨해튼 어퍼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한 건물 지하의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난 10일 이후 젊은 아시아 여성의 얼굴을 딱딱한 물체로 가격하는 범행을 네 차례 저지른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아시아 여성에게 거절당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거의 1500명의 아시아 여성에게 말을 걸었지만 누구도 ‘안녕’이라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는 내용 등이다. 그는 또 “나는 이미 목에 올가미를 매고 누군가 버튼을 누르길 기다리고 있다. 이건 타살이다”고 적어 자살을 암시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김수형 뉴욕중앙일보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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