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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분양 시장 달구는 저금리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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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파동으로 주택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생각됐으나 실상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분위기다. 일부 지역은 분양열기가 더 뜨거웠다. 서울 위례신도시 대우 우남역 푸르지오는 161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분양 현장은 활기가 넘쳐나 완전 딴 세상 모습이다.

 중고주택 시장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가장 메르스 공포가 심했던 6월 첫째, 둘째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각각 0.1% 상승했고 서울의 상승률도 두 주 모두 약 0.2%를 기록해 평상시 장세와 다를게 없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량 또한 23일 현재 8412건으로 전월보다 조금 줄었을 뿐이다. 특히 4월부터 아파트 매매량이 전세량을 앞서기 시작한 후 줄곧 그 양상을 유지하고 있다. 4월 매매량은 전세 거래량보다 30.4% 많아진데 이어 5월은 34.2%로 증가폭이 더 커졌고 이달도 현재 26%로 매매가 강세다. 그전에는 전세가 매매보다 훨씬 많았다.

 통상적으로 전세 또는 월세 수요가 대세였던 연립·다세대주택도 아파트처럼 매매량이 더 늘었다. 매매량이 전세량보다 많다는 것은 수요기반이 그만큼 튼튼해졌다는 의미다.

 메르스 파동으로 온 나라가 야단인데도 주택시장만은 홀로 건재한 이유는 뭘까. 높은 전셋값, 주택임대업 성행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초저금리 영향이 가장 큰 듯 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1.5%까지 내린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부담이 줄어들어 구매욕구가 살아난다.

 금리 2%대인 내집마련 디딤돌대출과 같은 정부 지원 대출상품도 구매수요를 늘리는데 큰 몫을 했다.

 디딤돌 대출은 이자가 싸고 고정금리 형태여서 금리 인상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 최고 2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소형주택 구입자는 초기자금 부담이 확 준다. 대출금이 너무 많으면 상환이 문제지만 생활수준에 잘 맞추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요자들은 10~20년간 나눠 내는 이자와 원금 상환액을 저축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없어도 어차피 내집마련을 위해 저축을 해야 하지 않는가.

 설령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내집없이 전세나 월세로 전전하는 게 꼭 이득은 아니다. 전세금이 집값의 80% 이상 치솟으면 세입자가 더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내집에서 안전하게 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2년마다 셋집을 옮겨 다녀야 하는 부담도 없고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특별히 나쁜 곳이 아니면 다시 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열기가 계속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가 좀 염려되지만 새집 선호수요가 풍성해 집값 하락의 위험도 생각만큼 크지 않을 듯 싶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면 말이다. 이번 일을 볼 때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한 주택시장은 건재할 것 같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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