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은 총선후라도 늦지 않다|성병욱<편집부국장대우겸 정치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3차 해금자를 중심으로한 재야 단일신당 추진작업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민한당까지를 포함한 범야대동단합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우선 재야만이라도 분열의 우려를 극복하고 단일신당원칙에 합의한 것은 하나의 진전이다.
원칙합의는 이뤄졌지만 아직도 단일신당이 나오기까지는 넘어야할 고비와 해결해야할 난제가 숱하게 남아 있다.
과거 야당의 경험으로 미루어 가장 큰 난제는 당권의 향배와 관련되는 지도체제와 당수를어떻게, 누구로하느냐가 될 것이다.
민주화추진협의회의 구성원들이 단일 신당참여를 공식화하기 전부터 신당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등 벌써부터 진통의 조짐이 엿보였다.
주도권다툼이 심해지다 보면 모처럼의 단일신당합의가 무산될 수도 있다. 과거에도 그런 실패의 경험은 얼마든지 있다.
5·16이후 민정이양을 앞두고 국민의 여망속에 범야단일정당으로 태동했던「국민의당」이주도권다툼으로 결국 깨어지고 만것은 그 대표적예다.
이런 뼈아픈 실패가 반복되어선 안된다.
소극적으로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말아야할뿐 아니라적극적으로 단합된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한다.
신당참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재야만의 단일화로는 야권전체를 대표할처지가 못된다.
이미정계에는 기득권을 지닌민한당과 국민당이란 야당이엄존하고있다. 구야당내의 서열로보면 민한당에 비해 신당에 중진급들이 더 많을지모른다. 그러나 민한당은 이미 지난4년간 정치를 선점해 지역구기반을 지닌 사람을 훨씬 더많이 갖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당이 원내에 교두보를 확보하려면 민한당과는 또다른 당의 컬러와 함께 단합된 모습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민한당이나 재야신당이나 야성향 국민에 기반을 두기는 매한가지다.
야당이 하나밖에 없다면 다소 부족하거나 마음에 안든다 싶어도 야성향표가 그쪽으로 갈수밖에 없겠지만 지금은 이미 흡인력을 지닌 기성 야당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야성향의 국민에게도 선택의 폭이 있다. 아무리 자생·선명야당을 내세워도 파쟁을 일삼는등 좋지않은 행태를 보이면 야성향표를 모으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지역기반을 지닌 인적자원마저 절대부족한 신당으로선 과거의 파쟁과 분열의 이미지를 씻고 야당성을 과시할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어느정도 소리가 나는건 불가피하다. 그러나 민주적 결정과정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주도권싸움이나 파쟁으로 인식될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때문에 선거를 눈앞에 둔창당과정에서 모든 것을 결판내겠다고 서두르지말고 당권의 향배같이 맞부딪칠 위험이 큰 문제는 선거뒤로 유보하는것도 한방법이다.
선거를 겪으면 국민이 바라는 방향도 실감할수있을테고 판세도 어느정도 가닥이잡힐것이다. 또 같은 배에 탔다는 동지의식도 조금은 늘어나리라.
그러다보면 의외로 해결의실마리가 손쉽게 풀릴는지도모른다.
아뭏든 단일신당이 출범하면 구야권에 뿌리를 두게될야당은 두갈래가 된다.
12대총선에서 민한당과 신당은 같은 야성향의 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됐다.
서울·부산·광주같은 대도시에서는 두야당의 경쟁은 야성향자체를 증폭시킬지도 모르나대개의 지역에선 같은 기반을 양분하게 될것같다.
그런 상황에선 야당간의 경쟁격화로 자칫 선의의 경쟁이 아닌 더티 플레이의 악순환이 초래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야당이 진정 수권정당을 지향한다면 결국 범야대동단합의방향으로 나가야하는데 과당경쟁으로 조성될 악감정의 찌꺼기는 장차의 대동단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쉽다.
이미 하나가 되기로한 재야신당은 물론, 구야당의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은 결국 한나무로 자라는게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12대총선에서 비록 민한당과 신당이 경쟁관계에 서게될망정 다시 안볼사람들처럼 사정없이 물고뜯어서는 안된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범야권인사들이 소이를 극복하고대동을 추구해야할 싯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