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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도…작전도…〃상식이하〃|한국축구는「종이 호랑이」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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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싱가포르=박군배특파원】4게임 무승2무2패, A조예선 최하위, 3백60분에 1골. 한때 아시아최강을 자랑하던 한국축구가 치욕의 기록을 남겼다. 중동축구가 급성장했다지만 너무 비참한 전과다.
더구나 아시아에선 유일하게 진짜 프로팀을 갖고있다는 한국축구로선 변명할 말이 있을수 없다.
싱가포르 아시안컵축구에서나타난 한국의 이같은 부진은 불과 6개월앞으로 타가온 월드컵예선전의 상위입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것으로 커다란 충격을 주고있다.
정보와 작전의 부재, 개인기부족-. 이번대회를 통해 한국축구는 그동안 계속 병페로 지적돼온 「우물안 개구리」 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제 한국축구는 「종이호랑이」라고 할수밖에없다.
첫째의 문제는 정보부재.
문정식 감독은 최근 팀전력이 크게 강화된 중동팀을 전혀 알지못했고, 카타르와의 대전을 앞두고서도 경기당일인 10일 아침에야 종합대책을 마련했을 정도.
특히 문감독은 카타르팀이 오프사이드트랩을 전문적 수비전형으로 구사하는 팀인지도 모르고 경기에 임하는우를 범했다.
전략·전술의부재도 마찬가지.
한국은 시리아및 카타르와의 대전에서 상식밖의 고집스런 전술로 일관, 특히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는 오프사이드트랩에 무려 14개나 걸리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급기야 후반뒤늦게 변화를 시도했으나 이미 때를 놓친 뒤었다.
오프사이드트랩이란 본래상대팀의 우세한 공격리듬을 교란하는 비상수단이며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항상시도할수 없는 전략. 그럼에도 카타르는 오프사이드함정을 계속적으로 파놓고 있었지만 한국은 이에대해 아무런 대비책도 없었다.
이를두고 싱가포르매스컴들은 「한국축구의 전략적파산」이라고 평하고 「한국축구의두뇌가 대공방을 맞았다」고 꼬집기도했다.
선수들의 개인기부족도 빼놓을 수없는 대목. 한국은 이번대회4게임에서 3백60분간을 뛰면서 단1점만 얻어내고 3점을 허용, 골결정력빈곤을 여실히 입증했다.
또 뒤진 체력을 보강하기위한 패스워크등 기본적인 기량면에서도 열세를 면치못했다. 아시아유일의 프로시스팀을 운영하는 축구팀이보라고기엔 너무나 선수개개인의 테크닉이 부족했다는게 관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었다 골키퍼 (GK) 도 허약했다.
최후수비를 맡는 GK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치하는게 상식. 그러나 실제로 한국의GK는 보다 적극적인 중동국가의GK에 비해 뒤떨어졌다.
문감독은 이대회에 대비, 따로 코치나 트레이너를 기용하지 않고 홀로 1인3역을 맡아 처리했다.
이과정에서 상대에 대한분석과 상황변화에 대한 임기응변등 탄력성 있는 작전이 불가능했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다.
한국축구는 금년 아마대표팀의 LA올림픽예선탈락, 프로대표팀의 아시안컵예선탈락이라는 두차례의 좌절을 겪었다. 싱가포르에서의 잇단패전망령을 어떻게 씻을것인지, 또 명년 월드컵예선에 어떻게 대비할것인지 연구할줄 모르는 축구인들의 대오각성, 우유부단한 축구협회의 대결단이 아쉽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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