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으로 본 관절질환] 무릎·허리 손상 불러 고령층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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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전문의 이상준 원장

최모(73·여) 씨는 요즘 발바닥 앞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발 모양이 변했다.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휘고, 뼈는 툭 튀어나왔다. 통증도 생겼다. 최씨는 통증으로 바닥을 제대로 딛고 걸을 수도 없게 됐다. 걷는 자세가 흐트러지니 무릎과 허리도 덩달아 아팠다. 병원이 최씨에게 내린 진단명은 무지외반증. 최씨는 수술을 받고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발가락 뼈에 변형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무지외반증은 젊은 여성에게만 생기는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다. 중년층은 물론 7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서도 무지외반증 환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70대 무지외반증 환자 수는 2013년 10만 명당 140명이다. 2009년 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70대 다음으로 환자 증가율이 큰 연령대는 80대(56%)와 60대(42%)다. 무지외반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고령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고령이 돼서 질환이 갑자기 생겼다기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앓아왔을 확률이 높다. 발의 변형에 민감하지 않거나 통증을 참다가 증상이 심해져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무지외반증은 특히 고령층에게 위험한 질환이다. 발가락의 통증으로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지면 무릎·허리 등 다른 관절과 척추에도 이차적인 손상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이나 허리디스크·척추관협착증 등의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정확한 진단을 받고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유전적 원인과 후천적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별병률이 더 높다. 발 볼이 좁거나 꽉 끼고 높은 굽 신발을 자주 신는다면 무지외반증에 주의해야 한다. 중장년층은 발가락 인대와 근육의 노화로 인해 탄력을 잃으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증상 초기라면 볼이 넓고 굽이 낮은 편안한 신발을 신거나 깔창 등의 교정용 기구로 발을 편하게 해 더 이상의 변형을 막을 수 있다. 돌출된 부위의 점액낭이 급성 염증을 일으켰을 경우에는 소염제를 투여하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만성적인 통증과 변형에는 수술적 치료가 최적일 수 있다. 예전에는 주로 돌출된 뼈만 깎는 수술을 해 재발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시행하는 수술은 발의 각도를 교정해 뼈를 제자리로 돌려주기 때문에 재발 위험이 거의 없다. 수술시간은 40분 내외로 비교적 짧고 수술 후 2~3일 정도 지나면 특수 신발 착용 후 보행이 가능하다. 운전·장보기 등의 일상적인 생활은 수술 후 1~2주 내에 할 수 있다.

노년기에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발바닥 아치를 받쳐주는 인대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발의 길이나 폭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신발은 반드시 신어보고 크기를 확인한 후 구매해야 한다. 신발은 볼이 넓고 밑창이 푹신한 것이 좋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정형외과전문의 이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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