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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프랑스 옛성에서 울려퍼진 한국 음악에 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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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TGV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라 부르데지에르성은 프랑수아 1세(재위 1515∼1547)가 연인을 위해 만든 성이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마지막을 의탁했던 프랑스 왕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오원 페스티벌’이 열렸다. 16곡의 실내악 연주는 물론 한복과 한국 다과 전시까지 함께 했다. 대단히 프랑스적인 공간을 한국 문화로 채운 셈이다.

2011년부터 5회째 예술 감독으로 이 행사를 준비해온 이가 세계적 첼리스트인 연세대 양성원 교수다. 2009년 피아니스트 에마뉘엘 슈트로세, 바이올리니스트 올리비에 샤를르에(이상 파리음악원 교수)와 트리오를 구성했는데 조선시대 화가인 장승업의 호(오원)를 따서 오원 트리오라고 했다. 2년 후엔 이를 페스티벌로까지 확장했다. 양 교수는 “(프랑스인들이)한국 문화를 발견하고 눈빛이 반짝반짝 할 때 저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두 나라 음악가 사이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주하랴, 행사 총괄하랴 동분서주하는 그와 잠시 마주했다.

-굉장히 한국적 페스티벌이다.
“아버지(서울 음대 교수와 프랑스 말메종 국립음악원 교수를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가 초대 프랑스 문화원장을 했다. 전 파리음악원에서 수업을 받았다. 그 사이 한국 문화가 프랑스에 점점 전파되는 걸 보며 자랐는데 그 영향이 (페스티벌을 하게 된 데) 절대적인 것 같다. 15~16세기 성에서 17~18세기의 악기로 17~19세기 곡들을 연주하는 걸 듣고 정원에서 산책하고 한국 차와 다과를 들면서 서예도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행복해 한다. 오감을 자극해 몸과 마음에 진동을 느낀 건데, 이분들이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갈 때 큰 보람을 느낀다.”

-페스티벌에서 매년 한국적 농도를 높여간 듯하다.
“처음엔 신기해했다. 한국에 대해 알려주면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상상력과 세상을 넓혀줬다고 정말 고마워한다.”(특히 올해엔 재단법인 아름지기(이사장 신연균)와 아름지기와 함께 하는 전통문화연구소인 ‘온지음’의 옷공방(김정아)과 맛공방(조은희ㆍ박성배) 장인들이 직접 짓고 만든 한복과 약과ㆍ앵두편ㆍ현미강정ㆍ감자부각 등 다과를 냈다. 재불 문인화가인 최주영씨도 함께 했다.)

-이 성에서만 세 번째인데 아주 프랑스적이다. 성주도 왕자(루이 알베르 드브로이)인데.
“프랑스의 한 방앗간에서도 하고, 영국 옥스퍼드에서도 했는데 (연주자로 참여하는)르비오누와 가족과 성을 찾아보자고 해서 네 댓 곳을 방문했다가 여기로 결정했다. 왕자가 문화예술이 얼마나 필요한 지 공감하고 있다.”

-내년엔 어떻게 하나.
“한불 수교 130주년이다.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프랑스 음악가들과 섞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앞으론 역사에 대한 회의도 넣고 싶다. 또 일본ㆍ중국 아티스트와 프랑스의 성에서 교류하는 것도 만들고 싶다.”

매 공연을 100여 명 안팎이 지켜봤다. 오브르통 리디(55세)는 “너무나도 풍부하면서도 멋지고 우아한 문화를 봤다. 내년에도 다시 오겠다”고 했다. 카트린이라고 밝힌 한 노인은 92세인 한국전 참전용사 남자 친구에게 주겠다며 한과 2개를 챙기기도 했다. 루이 알베르 드브로이 왕자도 “정말 좋다”며 내내 함께 했다.

몽루이쉬르루아르=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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