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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처럼 생생한 영화 만드는 스크린X·4D 기술로 세계시장 뚫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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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호 04면

디지털아이디어 손승현 본부장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김혜수의 파격 변신 외에도 세계 최초로 다면영상시스템(스크린X)으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 러닝타임 110분 중 약 20여 분에 다면영상 방식을 적용해 찍은 영상이 적용됐다. 디지털아이디어 손승현 본부장은 다면영상시스템을 성공시킨 숨은 공로자다. 손 본부장은 “3개의 다면영상을 편집하고 서로 동기화하는 작업을 했다”며 “영화 제작과 상영 사이의 가교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콘텐트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

 그는 원래 영화 컴퓨터그래픽(CG) 전문가다. 그가 다면영상으로 영역을 넓힌 이유는 간단하다. 손 본부장은 “다른 나라에 없는 새로운 기술이었고, 경쟁력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만의 콘텐트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술로는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국제영화제에서 기술을 인정받아도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게 국내 업계의 현실이다. 그는 “영화 제작비가 200억원을 넘어서면 관객 숫자 1000만 명이 돼도 본전이라는 말이 있다”며 “국내 시장과 기존의 전통적 기술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면영상 성공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고 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트 각 분야의 소통이 새 모델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손 본부장은 “예전에는 각 분야의 사람들이 융합하기 어려웠는데, 서로 만나 파트너를 찾게 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가 정부의 디지털 콘텐트 산업 육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다면영상을 가상현실(VR)과 접목하는 모델도 구상 중이다. 이렇게 되면 일반 가정에서도 다면영상 효과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체험도 가능해진다.

 손 본부장은 “영화의 CG는 3D 환경인데 여기에 VR을 이식하면 관객이 그 영화 속 인물이 돼 볼 수 있고, 영화의 시대적·역사적 장면을 체험할 수 있다”며 “콘텐트 활용이 단절되지도 않고 새로운 교육·체험적 콘텐트까지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CJ 4D PLEX 노상록 팀장

영화를 롤러코스터처럼 생생하게 느낄 순 없을까. 이런 단순한 욕심과 의문이 오감 인터랙션 영화상영시스템 ‘4DX(4차원으로 영화를 체험하는 방식)’를 탄생시켰다.

 CJ 4D PLEX Nest-4D팀 노상록 팀장은 4DX의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자동차 추격 신에서 차가 움직일 때마다 좌석에 고스란히 충격과 움직임이 전해지고, 총격 신에서는 화약 냄새와 함께 귓가에 총알이 빗발치는 소리가 울린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물보라와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관객은 영화 장면을 재현해 내는 장치를 통해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

 현재는 상용화됐지만 시작은 쉽지 않았다. 노 팀장은 “어떤 감각을 어느 시점에서 얼마만큼 충족시켜야 할지 매뉴얼이 전무했다”며 “4D는 신나고 자극적이면 좋을 것 같지만 이게 꼭 영화의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4D도 결국 배경음악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에 맞게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4D PLEX는 연구를 통해 효과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노 팀장은 “사람이 운동감을 느낄 때는 향기를 정확히 느끼지 못한다거나 코 점막에 물질이 닿고 1.2초가 지나야 향기를 인지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보를 추출해 부호화하고 영화와 동기화한 뒤 영화에 얼마나 잘 녹아드는지 점검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고 강조했다.

 4D PLEX는 이런 노력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 회사는 세계 최다 4D 상영관을 보유한 기업이 됐다. 전세계 34개국, 170개 상영관에 진출해 있다. 노 팀장은 “관람비가 일반 영화의 두 배인데도 객석이 차는 비율은 오히려 3배나 높다”고 설명했다. 관객의 만족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이제 4D PLEX는 기술력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이를 기반으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영화에 4DX를 입혀 나가고 있다. 대중음악 콘서트에도 적용한 4DX도 성공을 거뒀다. 노 팀장은 “G드래곤 콘서트를 4DX로 상영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한류 콘텐트가 확산돼도 이를 받쳐주는 하드웨어가 부족했는데, 4DX가 콘텐트의 해외 진출 기반을 다져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글=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사진=신동연·서보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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