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백자가마터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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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삼성미술문화재단 (이사장 이병철) 호암미술관 발굴단이 지난 11윌15일부터 발굴에 착수한 경기도용인군 과면서리 중덕부락일대의 도자기 가마터가 고려초기에 형성된 고려백자가마임이 확인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이 가마터는 20년전 정량모씨(국립경주박울관장)가 고려백자가마터로 추정, 학계에 조사보고 되었던 곳인데 이번 발굴로 백자제조가마임이 확인되어 우리나라백자의 제조연대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려때의 가마는 서남해안을 비롯, 경기도원당, 충남공주등 여러곳에 흩어져 있고 인천과 강진· 해남의 가마터등 몇군데가 발굴되고 있으나 모두 청자만을 만들었던 곳으로 고려때의 백자가마는 용인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우리나라 청자는 신라말기부터 제조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백자의 제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야산의 골자기에 모습을 드러낸 용인의 가마는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어 백자뿐만 아니라 청자의 제조기법도 알아 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마는 몸통이 1m크기로 길이9·7m의 계단식 등요다.
부근일대의 야산에는 도자기를 구울때 도자기에 직접 불이 닿지 않도록 도자기를 담아 가마속에 넣는 갑발이 산더미처럼 흩어져 있다.
발굴단과 함께 6일 가마터를 조사한 정량모관장은 갑발의 형태가 고려초기의 것이며 그 갑발속에 들어있는 도자기가 백자임이 분명해 고려초기 처음으로 백자를 굽기시작한 곳인것 같다고 했다.
또 가마부근에서 나오는 도자기 파편에서 고려초기 기형의 특징인 태가 두꺼운 해무리굽의로 자기률 비롯해 병·항아리·거북장식이 양각된 뚜껑등이 나와 고려초기에 형성된 가마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주고있다.
중국의 송·원시대 월주요, 이주요에서 10세기중반 해무리굽의 기형이 많이 나오고있는데 이것은 모두 청자이며 우리나라의 다른 고려요에서도 지금까지 청자만이 발굴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백자로 밝혀진것은 중앙박물관에 있는 고려백자 매병으로 제조연대가 고려중기 이후의 것으로 되어있다. 때문에 이번 발굴로 백자의 제조연대는 거의 2백년을 거슬러 올라간 10세기 중반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
완형가마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용인가마터는 호암미술관 발굴팀에 의해 앞으로 3년동안 발굴조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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