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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정상화, 한국이 챙겨야 할 것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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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권선주
기업은행장

올해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인하했다. 경기 회복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딘 상황에서 주요국들의 통화완화정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원화가치가 올라가 수출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예상치 못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내 경기가 급랭할 우려가 커짐에 따라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다.

 반면 지난달 22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올해 중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시장에서는 올 9월 인상설이 일반화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올해 중에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해도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해외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수는 있겠지만 그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면 오히려 해외자금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국내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물가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다 하더라도 한국은 한동안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 정상화 과정은 올해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지금까지 약 8년간 통화완화정책을 지속해 왔다. 그것도 매우 이례적인 수준의 완화정책이다. 지난해 3차 양적완화가 종료될 때까지 시중에 풀린 돈은 4조 달러(약 4500조원)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기준금리는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6년반 동안 제로금리 수준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완화기조를 벗어나 금리를 정상화하는 데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향후 2∼3년 동안은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6월 16∼17일에 개최됐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 및 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 의사록을 보면, 참석 위원들 중 가장 많은 위원들은 기준금리가 2016년 1.25∼1.5%, 2017년 2.5% 내외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좀 더 장기적으로는 3.7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의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즉 2∼3년 후에 미국 기준금리가 3% 정도 수준에 이른다고 하면 한국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가 신뢰도나 경제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장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시스테믹 리스크(Systemic risk) 서베이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꼽았고, 발생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고 응답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2∼3년 후에 우리나라 기준금리나 시장금리가 올라갈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상당히 커질 것이고 일부 가구들이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

 가계부채는 현재 규모만으로도 이미 한국 경제에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인데, 최근 그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올해 5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25조5000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2014년 한 해 동안 35조5000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해 보면 매우 빠른 증가세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들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금리상승으로 소비가 둔화되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이는 생산 감소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생산과 투자가 둔화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올해 5월까지 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더 많은 27.6조원이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금리 상승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이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계나 기업, 정부 모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채를 늘리기는 쉬워도 이를 줄이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막상 금리 상승기에 닥쳐서 후회할 수 있다. 지금 당장보다는 몇 년 후의 상황을 생각하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권선주 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