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보호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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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재선이후 미국의 대한무역공세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조짐이 여러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물론 미일무역마찰을 중핵으로한 최근 수년간의 미국과 교역상대국들간에 연속된 긴장과 마찰의 연장선에서 나타난것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의 이른바 컬러TV쇼크에서 경험했다시피 세계통상의 현실에 관한 미국의 인식과 그대응하는 방식에 있어서 나타난 최근 수년간의 변화는 매우 충격적인것이었다.
이같은 변화의 파급은 점차 가속적으로 확산되어 선진공업국들은 물론 개발도상국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정한 무역과 상호주의라는 명분으로 강화되고 있는 이같은 미국의 전방위 무역공세는 그들의 단호하고 계속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세계각국에서 새로운보호주의의 대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변화와 무역상대국들의 인식은 세계경제에 매우 우려할만한 결과를 초래할수있다. 2차석유파동을 겪고난 뒤의 세계경제는 제한된 일부 공업국들의 성공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경기침체기에서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중견개도국들의 과잉채무가 크나큰 쐐기로 작용하고있다.
83년 이후 미국을 필두로 서구·일본에서 약간의 인플레 진정과 경기회복이 나타났고 개도국 외채의 상환에 관련된 일련의 협의가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매우 취약하고 잠정적인 소강상태를 가능케할뿐 근원적인 안정과는 여전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세계무역의 새로운 보호주의와 경쟁적 무역제한이 연쇄적으로 강화될 경우 그결과는 매우 우려할만한 것이 되지않을수 없다. 우리는 이같은 불안정의 기폭제를 미국이 앞장서서 마련하기를 원치않는다.
더욱 우려되는 바는 한미무역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호주의의 불균형이다. 미국은 우리의 대미수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점을 중시하고있으나 그것은 전통적인 한미통상에 관련된 광범한 통계의 종합에서 볼때 매우 일시적이며 불규칙한 변화일뿐이다.
우리는 어떤 시장에서도 집중적이고 급격한 시장확대를 원하지 않지만 동시에 어떤 시장에서도 일시적 현상을 확대해석한 과장된 비난과 과잉방어를 맞는것도 정당하다고 보지 않는다.
한미무역의 최근 변화는 2차석유파동 이후 한국경제의 심각한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뿐 일본의 경우처럼 그것이 장기적으로 미국시장과 근로자들을 위협할만큼 심각한 하나의 구조적 무역패턴이 될 성질의것이 아니다.
이런 차이가 간과된채 그들의 산업구조적 경쟁자인 일본과 대등하게 한미무역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무역정책을 수립해나간다면 그것은 매우 부당한 또 하나의 차별대우가 될수 있다.
또 미국이 새롭게 세계시장에서 판매강화를 시도하고 있는 이른바 서비스용역과 기술무역만해도 우리는 그것이 상품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거래되기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개도국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상품교역을 제한하는 무기로 사용되기를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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