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민정당의 "이야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해금정국에 대한 민정당의 관심은 새로 등장할 신당의 형태와 숫자, 그리고 그것이 12대 총선거에서의 당낙과 득표율에 미칠 단기적 영향에 집중되고 있지만 그 영향이 예상밖의 사태를 빚을 정도로는 보지 않고 있다.
21개 지구당위원장을 교체하기전부터 민정당으로서는 해금될 인사에 대한 분석과 대책을 세울수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민정당이 자체적으로 받을 영향은 서울·부산·광주등 대도시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농어촌지역에서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있다. 지금까지의 당무감사등을 통해 나타난 것으로는 12, 13개 지구당이 「어려운도전」에 봉착할 것이고 낙선의 우려까지도 있는 위험지역이 5∼6개 된다는 것이다.
당직자들이 비록 「안정속의 전진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권익현대표위원이 말한 「극소수의 변동가능성」 때문에 아직 3∼4개 지역구는 가변적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나돌고 있다.
서울같은 곳은 14개지구당중 확실한 금메달감은 2∼3개지구뿐이며 나머지는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할 형편이다.
이러한 형세전망에서 민정당으로는 대도시에 가장 영향을 미칠 야권신당의 형태에 관심을 갖지않을수 없는 셈이다. 『당으로서는 신당에 관해 의연하게 대처할뿐』이라는게 당직자들이 하는 얘기지만 해금인사들의 동향, 야당의 대응방법에 내심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대선거만을 놓고보면 민정당의 입장에선 신당이 2개이상 출현하는게 편하다.
그것은 민정당이 기존정치질서의 유지·보호, 구정치인의 선거에 의한 여과, 특히 앞으로의 계속집권과 원활한 권력승계등을 위해서는 지난 4년의 치적평가가 될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득표율을 올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지니고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지구당위원장들에 대해 고위채널을 통한 「1위당선」 「고득표」가 강조되고있는것도 그런 면에서 이해돼야할 것이다.
때문에 민정당이 통합된 강력한 단일신당의 출현이나 범야권통합을 바랄 처지는 아닌것 같다.
단일 신당은 제5공화국의 「우당」인 민한당에 타격을 줄뿐아니라 대도시에서 민정당후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정당측에서는 『해금된 야권인사들이 결합하기 어려운 성향을 가겼다』는 점과 『실제로 그들이 뭉친대도 머리 굵은 사람은 몇명되지 못하지 않느냐』는 분석을 하고있다.
결합하지 못한다면 2∼3개의 군소신당으로 조각조각이 나서 야권성향표를 분산시킬 뿐이고, 단일 신당으로 뭉쳐본들 기존정치질서를 위협할 세력형성은 못한다는 것이다. 고작해서지역구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수 있는 20석정도의 당선자를 낸다면 대성공일 것이란판단이다.
통합단일신당이 나오든, 야권이 2분·3분 되든간에 현재의 민한당세의 확대를 둔화시킬것은 틀림없다. 최근 민정당은 해금정국이 당초 예상과는 다른 자체논리로 움직이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보이고있고 또 이런 상황을 다시 궤도수정하는데서 자칫 무이수를 범해 피해를 볼까 걱정하고도 있다.
그러나 신당이 통합단일의 형태로 등장하게되면 소위 민정·민한·국민당 3당으로 이뤄지는 기존정치질서는 일단 흔들린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미 정계일각에서는 다당제의 한 파트너였던 국민당의 역할을 새로나올 온건보수야당이차지하게 될것으로 보는 견해가 적지않다.
이것은 상당한 정치구도의 변화라고 봐야한다.
왜냐하면 「온건보수적」이든, 「강경선명」 노선이든간에 구신민당을 모태로한 야당들만 남게되면 이것은 결국 정계를 다당제에서 다시 여야 관계의 양당제로 몰고가는 추세를 불러 일으키고 그속도는 88년 정권교체시기를 앞두고 가속화 할것이라고 전망할수 있다.
따라서 민정당으로서는 이번선거를 통해 구시대 정치인이 타율적으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여과되었으면 하고 기대하는 듯하다.
선거에 참여할수 있는 기회는 주되 투표에 의해 걸러진다면 현재의 정치구도가 현실정치로 정착되리란 기대다.
그러한 민정당측의 기대가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지극히 미지수다. 또 88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기될 정치권력구조개편주장과 권력승계절차에 대한 준비과정에서 정부와 민정당측은 아직도 묶여있는 구정치주역들의 처리등 골치아픈문제가 남아있다.
물론 야권에서도 대체지도자가 성장하고 권력구조의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않다. 현재 신당추진자들도 그런 국면을 나름대로들 상정할 것이다. 아뭏든 그러한 상황은 정치영역에서 현재보다는 훨씬 더 예측하고 제어하기 힘든 부분이 넓어지는 것이고, 따라서 「틀속의 정치」에 익숙해온 여당에는 보다 응변하는 정치적 대응력이 필요하게된다.
그러나 현재 민정당은 12대총선거에서 그같은 정치력의 밑받침이 될 국민적 지지도를 다만 「조직선거」에 의해 획득해 보이겠다는 의도밖에는 읽을수가 없다.
그와같은 조직선거가 성공한다해도 그것이 반드시 정치선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것은 아니다.
결국 민정당은 목전의 12대총선거를 앞두고 이야제야란 단기목표에서는 의도했던 결과를얻어낼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집권 제2기의 정국이 어떤 상황논리로 전개될지 측량하기는 어려운 국면이 되어가는것같다. <끝><김영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