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시조 애호가 여러분과 다시 대화를 나누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 석달동안에는 작품의 선평과 함께 시조창작상의 기본적 사항들을 짤막짤막하게나마 하나하나 점검해 보고자 합니다.
시조짓기를 새로 시작해 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기초를 닦는 기회가 되고, 이미 창작의요령을 터득한 분들에게는 이해를 더욱 확실히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조는 「시조」일 뿐입니다. 체계적으로 분류할 때 시조는 「시」의 한 갈래요, 자유시에 대해서는 「정형시」의 일종입니다만 결국 시조는 시조 외의 그무엇일 수도 없읍니다.
「삼장시」니 「삼행시」니 또는 「정형시」니 하는 말들로써 시조의 명칭을 대신할 수는없습니다. 또 「시와 시조」라는 말도 합리적인 표현이 아니고 「시조시」라는 말은 더더욱 우스운 말입니다. 시조를 일부러 달리 부르거나 군소리를 덧불여서 자랑스런 우리 시조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읍니다.
금주의 시조중에서 5편을 뽑았읍니다. 『편지』는 편지쓰듯 자연스럽게 써서 읽는 이에게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도 사람 그리운 계절을 실감하게 한 수작입니다. 「별다른 의미도 없는 밤」은 실로 사연이 많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해서 더욱 묘미가 있읍니다. 『낙엽』은 종장의 「노자몇잎」이 눈길을 끕니다. 이태백도 세월을 나그네에 비유한 적이 있지만 가을이 나그네라면 낙엽은 「노자」라 할만하군요. 『달밤』은 불혹의 나이에 미혹을 떨치지 못하는 범상인의 역설. 뒤채는 물이랑 속의 「달」은 연정의 상징 같기도 하고. 『황혼』에서 작자의 저력을 봅니다. 멀리서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위로와 함께 격려를 보냅니다.
연작의 응모가 많아 뽑는데 고심을 하게 됩니다. 되도록 단수시조를 많이 보내십시오. <장순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