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돌아오지 않는 유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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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만의 중정국제공항에서는 하루에도 10여차례씩 눈물어린 이별의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유학길을 떠나는 20대 건장한 청년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며 손수건을 적시는 가족들을 자주 보게 된다.
대만 유학생들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공부한다. 그들의 전공과목도 가지각색이지만 그러나 무엇보다도 수학이나 물리학을 파고드는 학생들이 제일많다. 「수학이라면 다른나라 사람들한테 결코지지 않는다」고 자랑할 정도로 대만학생들은 명석한 두뇌를 자랑한다.
대만의 어느 중학교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교육부(한국의 문교부와 같음)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수학과 자연과학부문의 우수학생을 선발함. 해당과목 성적이 학년전체 성적에서 1%이내에 드는 학생. 우수학생은 수학년한을 단축시킴. 대학에서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함』
교육부가 수학 잘하는 학생을 별도 지도하는 것과 함께 행정원의 국가과학위원회도 이들에게 「우수학생 지도실험」을 함으로써 과학두뇌를 양성하고 있다. 선진국의 고도기술을 보완하는데 이들의 두뇌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게 양성한 과학두뇌들이 일단 유학길을 떠난 뒤에는 고국으로 갈 돌아오지 않는다. 본국으로 되돌아오는 학생들은 전체의 20%정도 뿐이다. 현재 미국에 머물러있는 대만유학생은 8만7천여명이다. 「여건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에 주저앉아 대만의 기술개혁도 차질을 빚고있다. 테크너크래트의 예비군 부족으로 일선 공장의 기계가 제때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에 나가있는 인재 유치가 제일 어렵다. 그것이 현재 우리들이 해결해야할 당면 과제다. 한국처럼 과학부문에서 뛰어난 두뇌를 가진 사람에게 병역을 면제시키는 것이 어떻겠느냐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의 과학자들을 일시 초청해 강연회를 갖는다든가하는 방법으로 고급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고 황태양 정보산업연구기획센터 주임은 밝혔다.
대흔반도체회사의 한 간부는 『미국의 어느 이름있는 반도체회사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대만사람을 끌어오려고 여러가지 좋은 조건을 내걸었는데도 쉽게 응하지 않고 있다』고 투덜댔다.
84년도 대만의 행정백서는「해외인재 반국공작」을 펴도록 건의하고 있다. 전체인구의 39%를 차지하고 있는 7백27만 근로자를 이끌고갈 과학인력의 확보가 그만큼 절박해졌다.
대만의 국가과학위원회는 고급두뇌의 해외유출을 막고 우수한 학생들을 「국내에 남도록」하기 위해 최근에 거액의 장학금을 내걸었다. 수학·물리학등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매달 최고 2만원(약40만원)을 지급하며 외국에서 박사논문의 연구와 실험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치였다. 일단 연구가 끝나면 학생들은 「국가에 공헌」 해야한다.
이와함께 대만정부는 선진국과의 합작을 통한 기술이전에 온갖 힘을 다하고 있다. 앞서가는 다른 나라의 기술을 어떻게 따라잡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경제건설위원회는 「Yes. We Can」(우리도 할수 있다) 이라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회는 외국인들이 대만에서 첨단산업부문에 투자할때 1백% 지분소유가능, 5년동안 법인세 면제, 5년동안 부동산 임대료 면제, 저작권 보호등 적잖은 특혜를 주고 복잡한 행정절차도 간소화시켜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지난 30년동안 대만에서는 각기업체 근로자들의 스트라이크가 한번도 없었읍니다』-외국인들이 대만에의 투자상담을 할때마다 이곳 정부관리들은 이말을 먼저 앞세운다. 선진국에서의 노동쟁의에 진력이 난 외국인 투자가들의 귀를 솔깃하게 하는 말이다.
대만은 외국인중에서도 특히 화교들의 합작투자를 적극 권장하고있다. 작년도 외국인들의 총투자액은 4억4백만달러로 이중 상당부분을 화교가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화교들의 투자 주종은 전자전기제품 업종으로 총투자액의 30%나 된다.
행정원은 『선진국과의 합작투자를 통해 기술격차가 적잖이 해소되었으며 20년내에 그 효과가 나타날것으로 기대한다. 컴퓨터 단말기등 과거에 생산이 불가능했던 제품을 지금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도 할수있다」는 장담대로 대만은 컴퓨터부문에서 놀랄만한 발전을 거두었다.
대만의 작년도 컴퓨터 수출액은 82년보다 무려 60% 늘어난 3천8백만달러, 컴퓨터의 주변기기는 6백% 증가한 1억5천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89년에는 대만이 전세계 컴퓨터시장의 2% (최고2백억달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불 꺼지지 않은 연구실. 하오10시가 넘었는데도 신죽과학공업단지 안에 있는 각기업체 기술진들은 연구에 물두하고 있다. 하루평균 근무시간은 12∼15시간. 이들의 개발집념은 기술첨단에서 일하는 한국과학자들에 지지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아는 「만만디」(만만지·느긋하고 여유있는 성격) 는 아니다. 【대북=최철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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