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 자매, 자녀 9명과 시리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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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드 가족의 큰 언니 수그라 다우드의 자녀 5명이 지난달 28일 영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하기 전 공항에서 찍은 사진. [사진 페이스북]

영국에서 무슬림인 세 자매가 남편 몰래 아홉 자녀를 데리고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로 떠났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웨스트요크셔 브래드포드 지역에 살던 30대 세 자매가 3~15세의 자녀 9명을 데리고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로 성지 순례를 떠나겠다며 출국한 뒤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큰 언니 수그라 다우드(34)는 3세, 5세, 8세, 14세, 15세인 자녀 다섯을, 둘째 조흐라 다우드(33)는 5세, 8세 딸들을, 막내 카디자 다우드(30)는 7세 딸과 5세 아들을 순례에 데려 갔다. 영국 경찰은 세 자매의 남동생이 2년 전쯤 시리아로 떠나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에 합류한 상황으로 자매들이 동생을 찾으러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이 IS에 합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IS 가입 사례가 된다.

 이들은 지난 11일 순례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바꿔 지난 9일 사우디 메디나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한 뒤 소식이 끊어졌다. 이 경로는 IS 가담자들이 시리아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주요 루트 중 하나다. 휴대전화도 모두 꺼져 있으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SNS)에도 영국 공항에서의 가족 사진을 마지막으로 게시물이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상황이다.

 영국 경찰은 이들이 터키를 거쳐 IS가 장악한 시리아로 간 것으로 보고 소재를 파악 중이다. 영국 채널4 뉴스는 이들의 친구를 인용해 “이들 가족은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다”고 보도했다. 동생이 지하드에 합류한 만큼 정부에서 관심을 두던 ‘관심 가족’이었다는 의미다. 가족을 찾기 위해 남편들이 선임한 변호사 발랄 칸은 “지하디스트에 합류한 남동생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아빠들은 자녀들이 위험에서 빠져 나오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웨스트요크셔 경찰과 터키 당국에 적극적 협조를 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보 당국에 따르면 600여 명의 영국인이 IS에 가담해 활동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IS가 웨스트요크셔 출신의 영국 소년 탈하 아스말(17)이 이라크 자살 폭탄 테러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엔 모범생으로 알려진 영국 15~16세 소녀 3명이 터키~시리아 루트로 IS에 가담해 영국이 충격에 빠졌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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