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기 동안 병원 통째 격리 … 입원환자들 이동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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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병원 부분 폐쇄에 들어간 삼성서울병원 로비 전광판에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환자 곁에 있을 겁니다. SMC(삼성서울병원·Samsung Medical Center) 가족들’이란 글귀가 보인다. 이 글은 메르스 극복과 현장에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 격려를 위해 한 간호사가 직원 식당 게시판에 써 놓은 것이다. [김상선 기자]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2차 확산은 메르스 1차 진원지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의 초기 상황과 흡사하다. 보건당국과 병원이 연쇄적으로 상황을 오판하는 바람에 격리대상에서 벗어난 메르스 환자들이 전국으로 흩어져 연쇄 감염을 일으켰다. 환자들이 빠져나간 뒤 뒤늦게 병원 격리가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메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코호트 격리도 검토할 때=현재 삼성서울병원 내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837명이다. 이 환자 가운데 접촉자와 비접촉자를 가려내기 힘든 상황이다. 전병율(전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을 통째로 봉쇄한 채 감염 관리하는 ‘코호트 격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의료진이 모자란다면 군의관, 간호장교 등 의료진 지원을 해주고 그 안에서 진료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관 합동TF 즉각대응팀 소속 최준용(감염내과)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도 “코호트 격리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잠복기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환자가 나중에 발병해 병을 퍼트릴 수 있다. 최대 잠복기(14일) 동안 병원 안에서 의료진과 환자를 함께 격리한 채 진료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37번 환자(55·병원 내 이송 요원)가 격리된 날을 기준으로 최대 잠복기를 더하면 이달 24일이 된다. 이날까지는 병원 내에 있는 게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병원 규모가 워낙 커서 다른 병원으로 한꺼번에 옮기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감염병 관리도 중요하지만 입원 환자들이 각각 받고 있는 치료도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에 그대로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삼성서울병원을 한시적으로 메르스 치료만 전담하는 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일정 기간 메르스 환자 치료에 전념하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병원·보건복지부와 논의해 병원 내 안전지대와 오염지대를 나누고 안전지대에 있는 환자는 우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고 거기서 확보된 병상을 가지고 향후 발생하는 메르스 환자 치료를 하는 식이다”고 밝혔다.

 ◆환자를 옮긴다면 한곳으로=병원 내 환자 중 밀접접촉자가 아닌 환자를 빼내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방안도 제기됐다. 다만 그럴 경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병원 한곳을 지정해 완전히 비워 그곳에만 몰아야 한다. 즉각대응팀의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내에서 현재 확진자 33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고, 의료진 중 200여 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 남은 의료진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지쳐 있는 상황이라 환자를 옮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접촉자로 분류된 환자라도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병원 한곳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전병율 교수는 “코호트 격리가 어렵다면 복지부가 서울시와 협의해 서울시 서북병원 등 산하 공공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서울시가 나서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거친 환자 정보 공개해야=문제가 되는 기간(지난달 27일~이달 10일) 삼성서울병원을 거친 모든 환자 정보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병원에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내원 환자들의 경우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다른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데 환자가 숨기는 경우엔 병원은 속수무책으로 뚫릴 수 있다.

 이관 동국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일부 병원이 삼성서울병원 출신 환자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는 핑퐁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환자들이 거부당하지 않으려고 숨길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그런 환자들이 다른 병원에 가서 발병하면 끝나지 않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에스더·강기헌 기자 etoil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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