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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카라과 사태를 계기로 "먼로 독트린"망령되살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과거30년간 미국외교국방정책 책임자들의 입에 거의 오르지 않던「먼로 독트린」이 니카라과사태로 다시 등장했다. 먼로 독트린의 부활은 소련의 대니카라과 무기공급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력사용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주고 외세의 중남미개입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먼로 목트린을 재등장시킨 정책책임자는 미국과 니카라과의 긴장이 한창 고조됐던 지난주 미NBC-TV의 「언론과의 만남」프로그램에 출연한 「캐스퍼·와인버거」국방장관.
그는 이프로를 통해 니카라과의 공격용무기구입은 이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기때문에 좌시할수 없다고 말하고 미외교정책은 수십년간 먼로 독트린의 지배를받아왔다고 천명했다.
그의 발언은 니카라과의 제2쿠바화를 근원적으로 저지 하기위해 서반구(북중남미)문제에 다른 반구국가의 .개입을 허용치않는 먼로 독트린의 불간섭원칙을 다시 발동시킬수 있음을 분명히 한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니카라과 정책명분인 좌익혁명수출의 억제와 역내군사균형의 유지라는 차원을 넘어 전통적 외교기조인 먼로 독트린을 외교정책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무력사용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또 미외교정책이 수십년간 먼로 독트린에 의해 지배받았다는 지적은 주요 외교정책에서 국방성과 의견대립을 보이고있는 국무성의 대니카라과 협상정책을 간접 비판한것으로 보여져 앞으로 행정부내의 강경·온건파사이의 갈등또한 고조될것으로 보인다.
먼로 독트린은 1823년 5대「먼로」대통령에 의해 선포된 이래 ▲미국의 유럽·아시아문제 불간섭(고립주의)▲외세의 미주개입저지▲미국의 라틴아메리카 독점지배를 보장한 19세기 미국외교정책의 근간.
미국의 독특한 불가침외교헌장인 이 독트린은 그러나50년대초 미국의 제국주의정책과 타국 내정간섭의 구실이 되고 있다는 중미국가들의 반발이 있은후부터는 공식적으로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이때문에 니카라과 사태의 모델인 62년 쿠바 미사일위기때도 당시 「케네디」대통령은 먼로 독트린을 들먹이는대신, 쿠바주변 해상봉쇄의합법성을 봉쇄에 대한 미주기구(OAS) 국가들의 전원일치 합의에서 찾았다.
그러나 OAS국가들은 이제 지역분쟁에 대해 미소의영향력을 배제하고 독자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있어 미국이 역내국가의 합의를 기반으로 군사력발동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OAS국가들은 니카라과가 설령 미그기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미국이 무력행사로 나오는 것은 쉽사리 용인하시 않을것으로 전망돼 무력행사가 강행될 경우 미국은 상당히 난처한입장에 몰릴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먼로 독트린의부활을 주장하는 측은 소련세력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OAS의 지원을 얻기보다 전가의 찬인인 이 독트린을 적용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있다.
먼로 독트린 부활과 함께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자기방어권」개법.
미국의 대니카라과비밀전쟁을 다룬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미국무성법률가들은 니카라과의 엘살바도르좌익게릴라지원을 저지한 미국의 행동은 집단적 자기방어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 유엔헌장에 있는자기방어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미버지니아대 「존·무어」교수(국제법)는 니카라과의 도발을 중단시키기 위한 군사력사용은 자기 방어라는 측면에서 합법적이며 미온적인조치가 효과가 없을 경우 침공도 정당화 될수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입장들은 외교적해결의 노력을 등한시할우려가 있어 상당한 논쟁의 불씨를 안고 있다.
「조지·볼」전국무성부차관은 「무어」교수의 이론이 지나친 극단론이라고 비난하고나섰고 「웨인·스미드」전국무성쿠바정책담당자도 「레이건」의 대니카라과 외교부재를꼬집고 협상테이블을 마련할것을 촉구했다.
현재로선 먼로 독트린의완전한 부활전망은 불투명하지만 대니카라과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고 소련의 영향력이 증대된다면, 그리고 중미의 독자노선이 확대될 경우엔 먼로 독트린이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박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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