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 리포트] 대중문화 아이콘과 현대미술의 만남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무인도에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진기종 작가의 ‘어느 멋진 날, 한 낮의 짧은 꿈’ 앞에 선 지드래곤.

지난 8일 월요일 오후 2시. 서울시립미술관이 200명의 취재진들로 붐볐습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쉬는 미술관에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까요? 바로 ‘G-Dragon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 기자 간담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지드래곤(G-Dragon)과 권위적일 것 같은 미술관의 만남은 전시가 시작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까요. 기자 간담회 현장으로 함께 가보기로 해요.

‘G-dragon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는 한마디로 지드래곤의 머릿속을 엿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14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약 1년 동안 지드래곤과 소통하면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작품에 담았죠. 전시의 제목인 ‘피스마이너스원’은 지드래곤이 상상하는 세계의 이름입니다. 평화(PEACE)로운 이상 세계와 무언가가 부족한(MINUS) 현실세계의 교차점(ONE)을 뜻하죠.

작가들은 지드래곤에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나 고민거리를 물어보며 그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생각을 작품에 녹였습니다. 무인도에 가고 싶은 지드래곤의 마음을 표현한 진기종 작가의 ‘어느 멋진 날, 한 낮의 짧은 꿈’과 지드래곤이 고른 30가지 단어들을 페인팅과 영상으로 꾸민 파비앙 베르쉐르의 작품이 그 예죠.

사진작가 박형근은 지드래곤이 상상하는 세계인 피스마이너스원을 자연물을 통해 표현했다.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와 지드래곤이 함께 꾸민 ‘(논)픽션 뮤지엄’은 지드래곤의 소장품으로 채웠습니다. 전시장에 나오는 독특한 향도 지드래곤이 직접 골랐죠. 권오상 작가의 작품도 이번 간담회에서 화제가 됐는데요, 성미카엘 천사와 악마가 싸우는 조형물에 지드래곤 사진을 붙여서 만든 작품입니다. 마음 속 갈등을 그린 이 작품에는 지드래곤이 키우는 강아지와 고양이 조형물도 들어 있죠. 권 작가는 청소년 관람객들이 자신의 일상생활에 빗대어 이 작품을 감상하길 바랐습니다.

사실 이번 전시는 간담회 전부터 논란을 불렀어요.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이 상업 전시를 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또 작품의 예술적 가치보다 스타의 후광으로 관객을 모은다는 지적도 있었죠.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간담회에서 현대미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비판들이 있지만 지드래곤을 통해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음을 강조했죠. 또 지드래곤과 함께 작업했던 권오상 작가는 빅뱅과 지드래곤의 뮤직비디오 같은 대중문화가 현대미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미술에 대한 지드래곤의 생각을 묻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그는 "예쁜 것이 좋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미술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제 막 미술에 발을 들인 만큼 앞으로 현대미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도 했죠. 그는 “저의 팬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됐으면 좋겠다”면서 "작품과 작가 이름을 조금씩 알아가는 태도가 바로 미술 공부의 시작”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G-Dragon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 기자 간담회 현장. 왼쪽부터 임근혜 전시과장, 김홍희 관장, 지드래곤, YG전시총괄 이정인 박사.

G-dragon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3층 | 기간 8월 23일까지 |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린이 8000원 | 시간 평일 오전 10시~오후 8시,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0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휴관) | 문의 02-2124-8800

박형근 작가 인터뷰

전시는 일종의 쇼와 같죠
세련된 놀이로 즐겨보세요

박형근 작가

지드래곤이 상상하는 ‘피스마이너스원’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사진작가 박형근의 ‘중력 파괴’ 연작은 지드래곤의 상상 속 장면을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을 보여주는 작업 중 하나죠. 소중이 박형근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전시를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어요.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지드래곤과 ‘피스마이너스원’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엮일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전시 기획단계에서 서로 깊은 대화를 나눠보니 결핍에 대한 지드래곤만의 철학을 알게 됐어요. 그 후의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죠. 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을 지드래곤이라는 친숙한 사람을 통해 더 멀리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지드래곤을 처음 만났을 때 서태지 음악으로 대화를 시작했어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친구인데도 대화의 폭이 넓다는 것에 놀랐죠. 또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전시를 시작한 뒤에 음악을 더 찾아 듣게 됐죠. 서로 다른 장르를 탐색하고 교류하는 ‘크로스오버’가 이번 전시의 핵심인 것 같아요.”

―청소년들이 이번 전시를 어떻게 관람했으면 좋겠나요.

“우선 전시를 보면서 무언가 배워야 한다는 강박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전시는 하나의 ‘쇼’라고 생각해요. 개념을 외우고 공부를 하기보다 세련된 놀이터라고 생각하고 즐겼으면 합니다. 또 전시가 완성되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포스터에 알파벳 철자가 하나씩 빠져 있는데 전시를 관람하며 이곳에서 꿈을 찾는다면 빈자리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글=임태령 인턴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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