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노출 임신부 2주 앞당겨 출산 … 2.3㎏ 아기 태어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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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또 다른 산모가 태아의 감염을 우려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출산까지 마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한 명 나온 대전 을지대병원에서다.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만삭의 109번 환자(39)와는 다른 사람이다.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본부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90번 환자(62·사망)에 노출된 임신 35주차 A씨(30)가 보건 당국과 협의를 거쳐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10일 오후 5시 여아를 출산했다”고 말했다. 현재 산모는 격리치료실에 입원해 있으나 건강한 상태다. 아이 역시 격리된 상태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으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A씨는 지난 6일 오후 조기 진통을 느껴 이 병원 응급실에 왔다. 거기에 2시간 30분 머물렀는데, 그 때 90번 환자(62)가 거기에 있었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한테 감염됐다. A씨는 90번 환자 밀접접촉자는 아니라서 능동감시대상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임신 상태이다 보니 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A씨는 병원에 격리됐으며, 나머지 접촉자들도 자가격리됐다. 9일 오전 산부인과ㆍ감염내과ㆍ소아청소년과ㆍ마취과 전문의 등이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 끝에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출산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냈다. 만에 하나 A씨가 감염됐을 경우 배 속에 아이가 있는 상태에선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없는 점을 A씨와 가족에게 알렸다. 당시는 확진 환자에게 노출된 지 사흘 째 되는 날이었다. 메르스 평균 잠복기가 5~6일 정도인 만큼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A씨는 10일 제왕절개로 조기 출산에 성공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감염내과) 교수는 “젊은 메르스 감염자들이 멀쩡하다가도 3~4일 사이에 확 악화되는 사례가 있어 병원과 산모가 선제적으로 대처한 건 잘한 일이라고 본다. 산모가 메르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중증으로 진행되면 아이도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 이경진(산부인과)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태아가 37주가 돼야 다 채웠다고 보지만 2주 정도 당겨 낳더라도 아이에게 큰 문제가 없다. 폐기능이 덜 성숙됐을 수 있지만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고 했다.

◇확진 환자 임신부는 안정적 상태=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35)에게 노출돼 감염된 임신부(39·109번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메르스 민관합동본부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11일 브리핑에서 “경미하게 증세가 진행하다가 다음 주에 호전되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정상 분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산모는 비교적 경증이다. 근육통이 있는 것 외에 호흡기 증상은 없다. 다음주 초에 객담(가래) 검사를 해 폐렴이나 중증으로 진행할 기미가 보이면 제왕절개 수술 등을 통해 조기 출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태아가 수직 감염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제일병원 한정열(산부인과) 교수는 “홍콩에서 최근 나온 논문을 보면 임신부 12명이 사스에 감염됐지만 태아에게 옮기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태막을 통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신 상태에서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제한적인 한계는 있다. 특히 산모가 고열·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면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질병예방센터장은 "임신부 환자가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신진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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