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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선 네이버·구글 앞서 … 한국 아닌 아시아 1위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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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하루가 머다하고 기업 인수·합병(M&A) 소식을 발표하고, 2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적자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기업이 있다. 아시아 1등 모바일 미디어기업이 되겠다는 배짱으로 77개 자회사를 거느린, ‘벤처공룡’ 옐로모바일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이상혁(43·사진) 옐로모바일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우린 처음부터 한국이 아닌, 아시아 넘버 원 모바일기업이 되기로 했다”며 “아시아 모바일 시장의 미래를 우리만큼 잘 아는 기업은 세계에 없다”고 말했다. 차분하면서도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도 중국만 바라볼 때 우리는 일찌감치 중국을 뺀 나머지 아시아 시장에 주목했다”며 “광고시장만 해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가 중국의 2배 이상 큰 110조원 규모인데 앞으로 모바일광고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하기 힘든 중국에 집착할 필요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는 네이버와 구글보다 모바일 경쟁력이 더 우위인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첫화면이 중요했던 PC시대엔 네이버가 모든 분야를 다 장악할 수 있었지만, 모바일은 다르다”며 “업계 1등들이 뭉친 옐로모바일은 구글이 와도, 네이버가 와도, 바이두가 와도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준에 와 있다”고 밝혔다.

 자신감의 비결은 ‘다름’에 있었다. 옐로모바일은 벤처업계의 이단아로 꼽힌다. 기존의 성공방정식을 따르지 않았다. 뛰어난 창업자 몇 명의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을 키워 상장하거나 매각하는 익숙한 길에서 빗겨나 있다. 대신 빠른 속도로 될성부른 모바일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몸집을 불렸다. 기준은 분명했다. 이미 벤처신화가 터진 게임·메신저를 뺀 5대 사업영역(쇼핑, 미디어·콘텐트, 광고·디지털마케팅, 여행, O2O)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라면 망설임없이 사들였다. 서로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동맹을 맺었다.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모바일 쇼핑몰의 핫딜 정보 포털 ‘쿠차’, 기존 콘텐트를 모바일 SNS에 최적화해 보여주는 ‘피키캐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말 15개였던 자회사가 1년 만에 77개로 불었다. 지난해 11월엔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포메이션8이 1100억원을 이 회사에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도대체 이 회사의 정체가 뭐냐’는 의문이 쏟아졌다. 그는 “모바일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6개월 먼저 출발해 시장을 선점한 기업을 따라잡기 힘든 승부가 벌어지는 시장”이라며 “내가 다 할 수 없다면, 업계 1~2등이 모여서 시너지를 내는 게 빠르다”고 말했다.

 이미 시너지는 가시화되고 있다. 가령 옐로모바일 소속 77개 기업은 각자의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를 플랫폼(데이터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한다.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싱가포르의 업계 1위 기업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최고의 데이터 창고가 됐다. 이 대표는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춤한 마케팅 수단을 옐로모바일 그룹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업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이렇게 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까지 아시아 시장에서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업계 관심이 큰 기업공개(IPO)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아직 IPO 시점이나 코스닥에할지 나스닥에 할지 등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IPO 이후에 지속 성장하려면 사업을 더 다져야한다” 고 덧붙였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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