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개발 대비한 작전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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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3일 밝힌 '서울 방어 작전구도'는 현재 한.미 양국군이 수립 중인 새로운 작전계획을 지칭한 것이다.

중앙일보가 단독보도 했던 이 계획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 연합군의 작전계획인 '5027-98'의 부속문서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 계획은 일명 '5026'으로 불린다.

양국군이 오는 7월 조영길(曺永吉)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뒤 확정할 이 작전계획은 크게 두 가지 전제를 고려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 5027 작전계획에 따라 한반도에 전개돼야 할 56만여명의 미 증원군이 전개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첫째 전제다. 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사력 운영 방침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보여줬듯이 고도로 발달된 무기체계를 토대로 전쟁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전쟁은 더 이상 하지 않을 방침이며, 이 같은 원칙은 한반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이다.

따라서 한.미 양측은 대규모 증원군 대신 북한이 휴전선 일대에 배치한 수만문의 장사정포와 야포로부터 서울을 보호하기 위해 첨단무기와 장비를 한반도에 배치 또는 전개시키는 것을 '5026'에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군이 보유할 첨단무기와 장비에는 최신형 패트리엇 미사일(PAC-3), 다연장포(MLRS), 하피(HARPY), 대포병레이다(AN/TPQ-36,37)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이 2006년까지 1백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주한미군의 전력을 증강키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강행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따른 '서울 방어'가 둘째 전제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개발을 강행할 경우를 상정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첨단무기를 동원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surgical strike)'하면 북한은 장사정포 등을 가동해 서울을 공격할 가능성이 큰데, 한.미 연합군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고도의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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