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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6대그룹 부당내부거래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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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3일 6대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 계획을 직접 발표한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번 조사가 결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을 수차례 반복했다. 외환위기 때도 두차례나 조사를 했다고 강조했다.

姜위원장은 "일시적으로 기업에 부담된다고 방치하면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외국인투자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된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조사 방침은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점심을 했던 지난 1일 저녁 청와대에 보고됐다.

재계는 당연히 조사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처럼 공정위도 일괄적인 저인망식 조사는 그만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와는 다른 반응도 나온다. 전경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대기업의 투자가 더 위축될 것이란 주장은 확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가 밝힌 조사 방침에도 경기 상황을 고려한 흔적은 있다. 통상 그룹별로 5~10개였던 조사 대상 계열사가 그룹당 5개로 축소됐다. 상황이 어려운 SK그룹에 대한 조사는 18일 이후로 미뤄졌다. 18일은 SK글로벌이 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구조조정기업으로 보호를 받게 되는지 결정되는 날이다.

하지만 조사대상 축소에도 불구하고 조사 범위는 넓다. 계열사간 거래가 아닌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원을 부당내부거래로 본 것은 부당하다는 소송이 제기된 상태인데도 이번에도 총수 일가의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지원문제가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 에버랜드.삼성생명, LG전자, 현대 모비스 등 주요 기업이 모두 대상에 낀 점도 심상찮다.

공정위도 고민은 있다. 기업들의 부당내부거래는 과거보다 줄었지만 그 방법이 매우 정교해져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무진들이 한 때 대표적인 재벌 계열사를 조사대상에서 아예 빼버리는 방안까지 검토했을 정도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신있다"는 입장이고 증시에선 조사 대상 기업의 주가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공정위가 적발 실적을 부풀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부당 지원금액이 아니라, 부당지원이 포함된 거래 전체 금액을 '지원성 거래규모'라는 명목으로 밝혀왔다. 필요 이상으로 한국 기업이 투명하지 않다고 알리는 것은 대외 신인도에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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