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7백만이 굶어 죽어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프리카대륙이 죽어가고있다. 3년째 계속되는 금세기 최악의 가뭄으로 50개 아프리카국가의 절반이 넘는 27개국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으며 5억인구중 2억가량이 굶주리고있다.
가뭄과 기아가 특히 심한지역은 이디오피아를 비롯해 차드, 말리, 모리타니, 모잠비크등 5개국으로 이디오피아의 경우 지난 11년간 비한방울 내리지 않아 현재 7백만이상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있으며 에리트리아등 북부지방에서는 매일 수백명이 굶어죽고 있다.
모잠비크에서는 곡물마저 전멸, 지난2년동안만 20만명이상의 아사자를 냈고 모리타니는 초원의 80%가 사막으로 변해 도시주변에는 굶주림을 피해 몰려든 유목민들의 텐트로 아프리카판 슬럼지구가 형성됐다.
이같은 가뭄으로 사하라사막은 매년 12km씩 남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지금까지 수백만의 아사자를 낸 이 가뭄은 청년 서아프리카의 사헬지대(말리, 모리타니, 세네갈등)에서 시작, 동으로는 이디오피아, 남으로는 모잠비크와 남아공에 이르는 아프리카 전역을 l0년이상 휩쓸고 있다.
이때문에 아프리카의 1인당 평균 농업생산량은 지난10년간 10%이상 떨어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심각한 가뭄지역으로 지적한 27개국의 83년도 식량생산량은 1천6백70만t으로 5백40만t의 절대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천재지변만이 기근을 몰아온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정책의 실패,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무능력, 국방비의 과다한 지출등 인위적인 원인도 결코 무시할수 없는 요인들이다.
아프리카 각국은 대부분 예산의 20%이상을 국방비로 쓰는 반면 농업부문에는 4∼7%밖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이디오피아의 경우 한쪽에서 수백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최근 정권수립 10주년 기념행사에 2억5천만달러를 썼고 아프리카 최대의 상비군(25만명)을 유지핟기위해 매년예산의 40%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세기동안의 식민지배가 낳은 이른바 단작농업도 식량증산을 어렵게 하고있다.
세네갈의 경우 주곡은 좁쌀의 일종인 밀레트인데 83년 생산량은 82년의 절반도 안되는 48만t. 이나라는 경지면적의 50%이상이 땅콩밭이어서 식량난은 27개국중 가장 심하다. 식민종주국이였던 프랑스가 비누생산을 위해 세네갈 전역에 땅콩밭을 일꿨던 것. 주민들은 선조를 노예로 끌어갈때 식량으로 쓰기도했던 땅콩을 헐값에 수출할뿐 주식으로 삼고있지는않다.
이밖에 의료혜택 증가에 따른 인구폭발도 기근의 한 원인이 되고있다.
인구증가율(연3%)이 농업생산증가율(연1.3%)의 배가 넘는 유일한 대륙으로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인구는50%나 늘었다.
이처럼 참담한 상황에서 벗어날수 있는 길은 우선 당장 외부의 도움밖에 없다.
FAO는 최근 로마회의에서 아프리카에 1천5백80만달러의 긴급원조를 승인했으며 미국도 이디오피아에 6천만달러, 모잠비크와 케냐등에 4천5백만달러의 원조를 약속했다. EEC국가들은 올해 1억달러를 사헬지대에 원조했다.
소련도 식량수송용 트럭3백대, 수송기 16대, 헬기 24대등을 이디오피아에 보냈다.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지만 아프리카가 자립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다음과 같은 정책을 밀고나가야 할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농업의 과학화로 농업생산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 전통적인 화전경작을 없애 토질의 척박화를 막고 건조한 기후에 잘견디는 품종을 개발하는등 가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하며 농업전문가 양성도 시급하다.
▲국방예산을 과감히 줄여 식량난해결을 위한 시설에 투자해야 하며 동시에 공업도 발전시켜 농·공의 조화를 추진한다.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척결해 부를 재분배하고 미국등 선진국들과의 다각적인 외교접촉으로 원조는 물론 자금과 기술도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철저한 가족계획과 계몽으로 인구증가율도 걱정수준으로 억제해야한다. <유재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