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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리 대신 아로니아 … 연소득 5억 비법 나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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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 서산시 고북면 용암리 이희준씨(왼쪽에서 둘째)의 아로니아 농장에서 농민들이 아로니아 원액과 잼 등 가공식품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아로니아(블랙 초코베리)나 칠자화(七子花)는 우리 농가에선 낯선 작물이다. 아로니아는 5~6년 전부터 국내 농가에 제법 보급됐지만 조경수로 쓰이는 칠자화는 생소하기만 하다. 이런 작물로 수억원의 소득을 올리는 농민이 있다. 충남 서산시 고북면 용암리 이희준(41)씨 얘기다. 이씨는 이웃에게도 “나무값을 열매로 대납하라”며 아로니아 묘목을 나눠줬다. 이들 농민은 올해 최고 1억원의 소득을 올릴 예정이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건설회사에 근무했다. 2008년에는 건설회사에 다니면서 조경회사를 차렸다. 이듬해 고북면 용암리 일대 29700㎡를 구입한 뒤 유실수와 야생화를 길러 건설회사에 팔았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조경업도 어려워졌다. 이씨는 변화를 모색했다. 그러던 중 야생화 수입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현지 무역상에게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식품인 아로니아를 즐겨 먹는다”는 얘길 들었다. “바로 이거다”는 확신이 든 그는 2010년 조경회사 운영을 중단하고 서산으로 내려와 아로니아 재배에 본격 나섰다. 3300㎡로 시작한 아로니아 재배 규모는 현재 8만2500㎡으로 늘었다. 지난해 아로니아 열매 45t을 팔아 2억원의 순소득을 얻었다. 도시민을 상대로 수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1만5000원을 내면 1kg을 수확해 가져가도록 했다.

 고북면은 알타리무와 쪽파 주산지다. 이들 작물은 가격 변동이 심해 농민들도 대체작물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목돈이 부족해 1그루당 4000원인 아로니아 묘목 구입을 주저했다. 그러자 충남도는 지난해 3농 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이들 농민에게 8억원의 영농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민들이 현금이 없다고 하자 이씨는 길러둔 묘목을 주고 대금은 수확한 열매로 갚으라고 했다. 이씨는 “많은 농가가 함께하면 대규모 생산으로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들 농가로 작목반도 만들었다.

 고북면 일대 20개 농가는 이씨에게 받은 묘목으로 아로니아를 재배해 올해부터 본격 수확할 예정이다. 이씨는 이웃 농민들이 생산한 아로니아 300t 전량을 매입한 뒤 원액을 추출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올해 예상수익은 5억원(매출 30억원). 이씨는 “구연산 등이 전혀 섞이지 않은 100% 원액이어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이씨는 또 다른 소득원을 찾았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가 많는 것을 찾았다. 식물도감을 놓고 수천 종의 조경수를 살핀 끝에 발견한 게 칠자화였다. 꽃마디에 7송이의 꽃이 핀다 해서 칠자화라고 부른다. 8월에 하얀색 꽃이 한 달쯤 피었다 지면 빨간색 꽃이 피어 11월까지 간다.

 이씨는 묘목상을 수소문해 이쑤시개만한 칠자화 묘목 10그루를 구입했다. 이를 3년 만에 2만 그루로 번식했다. 칠자화를 10cm 단위로 짧게 잘라 화분에 심어 키우는 방식이 효과를 봤다. 칠자화 성장에 필요한 물 비료도 자체 개발해 사용했다. 지난해 칠자화 5000그루를 팔아 2억원을 벌었다. 이씨는 “30만 평에서 칠자화 100만 그루를 키워 중국에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서산=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3농 혁신=안희정 충남지사의 핵심 사업이다. 3농은 농어업·농어촌·농어민을 뜻한다. 친환경·고품질 농산물 생산, 지역 식품(local food) 소비 체계 구축, 도농 교류 활성화 등이 주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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