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바이러스와 3차 대전에 임하는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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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상희
헌정회 정책위의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

불안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서민 경제는 빈사 상태에 빠진 지 오래되었는데 설상가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출현으로 국민의 정신적 불안증은 악화일로에 있다. 세월호 사태, 중소기업 몰락, 청년 실업, 대기업 수출 부진, 메르스 확산 등 대한민국이 처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21세기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지식사회다. 전문지식을 보유한 전문가가 문제를 관리하고 앞장서서 대처해야 하는 사회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 필요한 문제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왕좌왕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메르스 사태 또한 거시적 안목으로 숲을 바라보는 전문가적 접근을 시도할 때 비로소 근원적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제1, 2차 세계대전이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었다면 제3차 세계대전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될 것임을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이미 그 서막이 열리고 있다. 스페인독감, 홍콩독감, 조류인플루엔자 등은 물론 구제역까지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인류를 침공해 오고 있다. 그야말로 휴전 없는 전쟁이다. 인류의 전쟁이 칼, 총, 대포, 전자미사일전으로 발전해왔듯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병원 미생물들도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다. 또 변이를 거듭하면서 치고 빠지는 신속한 기습 게릴라전을 시도 중이다. 병원 미생물은 인간의 유전정보를 교묘하게 활용하는 교활한 정보전까지 펼치고 있다. 방심하면 5000만 명이 사망한 스페인독감처럼 엄청난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무슨 원한을 가지고 있을까. 출생 배경은 무엇일까. 지구 환경론자의 주장에 의하면 인간이 지구라는 거대 생물의 체성분인 광물질·기름·가스 등을 드라큘라처럼 뽑아 쓰고 탄산가스를 배출해 골병이 든 지구가 분노하여 인류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해 병원성 바이러스를 출생시키게 됐다고 한다. 이 논리라면 지구 환경이 정상 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지속될 것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해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첫째, 바이러스 전쟁의 국가 대응 체제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가령 군·관·민의 합동 전략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일원적 통제관리 시스템, 전문 인력 중심의 기동 타격대, 대통령 직속 바이러스 관리본부 등을 운영해야 한다.

 둘째, 기존의 국방 개념과 국방 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바이러스 테러를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해 바이오테러방지법을 제정했다. 바이러스 생태와 역학 연구, 바이러스 예방 백신과 치료 약물 개발, 전문 생화학 군부대 창설 등을 추진하면서 국방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이를 참조해 우수 전문 두뇌로 전자군 편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스라엘처럼 온라인 바이오 전문 군인들은 군 병영 대신 바이오 전문 연구소에서 군복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 바이오 무기 개발에 성공하면 복무 기간 단축과 포상금 지급으로 보상한다. 그럼으로써 전문 인력 양성과 더불어 무기 개발 촉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세계 제3차 바이러스 대전에 인류가 공조하도록 바이러스 연합군 창설을 유엔에 제안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홍익인간’ 이념을 실현하는 것과 똑같다.

 셋째,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체력이 약한 사람을 상륙 거점으로 택한다. 따라서 국민 개개인의 체력과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면역력 증강을 위한 사회체육을 활성화하고 사회체육 시설도 대폭 증설한다. 면역력 증강의 기초로서 보행 처방전을 개발해 보급한다. 예방 보건 시설과 전문 요원 양성을 위해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도 확대한다.

 넷째, 국민의 불안과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칭 ‘바이러스 민방위’ 훈련을 온·오프라인으로 실시해야 한다. 700만 이스라엘이 3억 아랍에 대응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중무장된 정신력도 바이러스 침공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바이오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타미플루 개발로 돈방석에 앉았다. 당연히 전시에는 무기 장사가 떼돈을 벌기 마련이다. 따라서 바이오산업을 국방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천연물 신약 개발에 전폭적 지원을 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구 환경에 대한 우리의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해야 한다. 지구 생명체가 건강해야 우리도 건강할 수 있다. 암세포는 숙주인 인간의 건강을 파괴하고 끝내는 자기도 함께 죽게 된다. 지구 생명체는 인간의 숙주이며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은 지구에 서식하는 암세포와 마찬가지다. 탄산가스 배출 억제, 자원 절약, 자연 가꾸기 등 지구 사랑, 자연 사랑이 우리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라는 철학을 실천하자. 병든 지구는 적군인 병원성 바이러스를, 건강한 지구는 사람 건강에 유익한 우군 바이러스를 출산할 것이니까.

이상희 헌정회 정책위의장 전 과학기술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