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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월드컵 오늘 캐나다서 개막 … 12년 만에 월드컵 출전, 드림팀으로 16강 넘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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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8일 대전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지소연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여자축구 별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이 7일(한국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한다.

여자 월드컵은 1991년 중국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래 이번이 7회 째다. 한국은 2003년 미국 월드컵에 첫 출전했으며 12년 만에 다시 무대를 밟는다. 열악한 환경에서 출전했던 2003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3전 전패로 짐을 쌌다. 세계무대에 나가지 못하는 동안 한국은 여자축구 저변을 확대했다. 2009년 실업리그(WK리그)를 출범하고 엘리트 선수 키우기에 나섰다. 2011년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 일본이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한국 여자축구는 큰 자극을 받았다.

국내 여자축구 선수는 총 1765명(2014년 기준)이다. 일본(3만243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지만 윤덕여(54) 감독은 황금 세대들을 대거 뽑아 드림팀을 구성했다. 2010년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3위를 이끈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정설빈(25·현대제철), 같은 해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을 이끈 이금민(21·서울시청) 등이 발탁됐다. 2003년 월드컵에 출전했던 김정미(31·현대제철)·박은선(29·로시얀카)은 풍부한 경험으로 후배들을 이끈다. 대표팀은 보름간의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5일 캐나다 몬트리올 베이스캠프에 입성했다.

지소연-박은선위 공격력 기대

드림팀의 핵심은 해외파 공격수 지소연과 박은선이다. 지소연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준비를 끝냈다. 지소연은 지난 4월 잉글랜드 최고 권위의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시상식에서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해 19경기에서 9골을 넣었다. 그의 활약으로 하위권을 전전하던 첼시 레이디스는 준우승을 했다. 지소연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체구(1m61㎝, 50㎏)는 작지만 빠른 발과 영리한 플레이로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1m70㎝로 세계 축구 별이 된 리오넬 메시(28·바르셀로나)와 같은 플레이 덕분에 '지메시'라는 별명이 붙었다.

박은선은 키 1m80㎝, 몸무게 74㎏로 체격이 남자 선수 못지 않다. 17세였던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본선에서 주전으로 활약했고,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여자선수권에서는 8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2005년 한국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여자 선수'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지난해 캐나다 월드컵 출전 획득권이 걸린 여자 아시안컵에서 득점왕(6골)도 차지했다.

김대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2003년에는 조별리그 3패를 당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009년 WK리그가 출범한 뒤 여섯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며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소연과 박은선 등도 가세해 16강 이상을 기대할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지옥훈련으로 체력 키워

5월 1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시하는 윤덕여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여자축구는 체력이 달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었다. 지난 1월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 5실점(6득점), 3월 키프로스컵에서 6실점(3득점)을 했다. 윤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수비수들이 페널티킥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주 실점하는데 월드컵에선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며 "체력을 키워 집중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지난 20여 일간 남자 선수들도 힘들어 할 정도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공을 갖고 달리고 경기장 반을 전력질주 한 뒤 크로스를 올리는 훈련을 했다. 일부 선수들은 다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이 지옥훈련 덕분에 지난달 31일 미국 뉴저지에서 열린 세계랭킹 2위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미국은 월드컵 우승을 두 차례나 차지한 강호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체격이 큰 미국 선수들과 대등하게 몸싸움을 하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월드컵에서도 한국 축구가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지소연은 "체력이 좋아지면서 체격이 큰 선수들과도 몸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공을 뺏은 뒤 조금 더 세밀한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면 월드컵에서 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색다른 골 세리머니도 나올 전망이다. 선수들은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낙마한 공격수 여민지(22·스포츠토토)에게 바치는 세리머니를 구상하고 있다. 여민지는 지난 2010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끈 주인공이다. 박은선·지소연과 함께 JYP(지소연-여민지-박은선) 트리오로 불렸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불의의 부상으로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다. 지소연은 "민지와 부둥켜안고 많이 울었다. 캐나다에서 민지의 몫까지 뛰겠다. 월드컵에서 꼭 골을 넣고 민지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말했다. 여민지는 "대표팀이 더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음은 늘 대표팀과 함께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따돌리고 조 2위 목표

E조에 속한 한국(FIFA 랭킹 18위)은 10일 브라질(7위)과 1차전을 시작으로 14일 코스타리카(37위), 18일에는 스페인(14위)과 맞붙는다. 윤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만날 세 팀은 우리보다 체력은 물론 기술도 좋은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 브라질은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남미 여자축구 최강을 가리는 2014 여자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에는 여자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 5회 수상자인 마르타(29)가 있다. 마르타는 2007년 월드컵에서 골든볼(MVP)과 골든슈(득점왕)를 받았고, 월드컵 최다득점(14골) 기록도 가지고 있다. '치마 입은 펠레'라고 불릴 정도로 골 결정력이 좋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2003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브라질을 만나 0-3으로 졌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은 조 2위 자리를 놓고 스페인·코스타리카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남자축구는 '무적함대'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팀이지만 여자축구는 그렇지 않다. 이번 대회가 월드컵 첫 출전이다. 그렇다고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 베로니카 보케테(28)가 요주의 선수다. 보케테는 2014-2015 시즌 유럽축구연맹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승리한 FFC 프랑크푸르트(독일)의 공격 첨병이었다. 최전방보다는 다소 처진 위치에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공급하고 직접 득점도 만들어내는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남미 코스타리카는 국제무대에 자주 나오지 않는 미지의 팀이다. 여자축구 최강으로 꼽히는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뛰는 셜리 크루스(30)를 제외하고 특별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미드필더인 크루스는 '코스타리카의 박지성'으로 꼽힌다. 팀 내 영향력이 크고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크루스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은 경험이 적어서 한국이 1승을 거둘 만한 상대로 꼽힌다. 박은선은 " 1승1무1패면 16강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며 "일본도 2011년에 우승을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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