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가 국내에 확산되면서 제주 관광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제주 관광을 계획했던 이들이 메르스 불안감에 잇따라 일정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내에는 5일 현재 메르스 의심·확진 환자가 없다.
5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나흘간 유커(중국인 관광객) 2259명이 제주행을 미루거나 취소했고 내국인 관광객 2941명도 일정을 미뤘다.
업계에서는 이 수치가 불황의 예고편이라는 분위기다. 요우커를 전담으로 영업하는 제주도 내 Y여행사는 최근 3일 동안 예약의 40%가 취소됐다. 허상태(34) Y여행사 실장은 “중국 현지 방송 등에서 한국의 메르스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어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6~8월을 대비해 미리 사들인 중국발 전세기 좌석을 소화하지 못하면 업계 전체가 휴가를 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메르스의 그림자는 숙박업계에도 드리워졌다. 제주도 C호텔은 지난 4일 하루 동안 단체 관광객 700여 명이 예약을 취소해 향후 1주일간 객실의 절반 이상을 놀리게 됐다.
제주도관광협회 관계자는 “5~6월 주말에는 하루 4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하는데 당장 이번 주말부터 관광객이 크게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준비됐던 제주도 내 각종 행사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5~6일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8회 제주범도민 안전체험 한마당은 무기한 연기됐고 같은 날 예정됐던 우주소년단 캠프도 취소됐다. 6일 제주교육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4회 행복교육 학부모교실도 무기한 연기됐다.
또 7일 열릴 예정이던 환경의날 기념식과 공직자 병영체험, 제9회 JDC 지구촌 축제 및 다민족문화제, 2015 제주하늘사랑축제 등도 줄줄이 미뤄졌다.
제주도 내 일선학교의 수학여행 계획도 무기한 연기됐다. 5일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송당초·하귀1초·성산고·영주고·서귀산과고·한림공고 등 수도권을 포함해 국내로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6개 학교가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다음주 해외 수학여행을 계획 중이던 금악초(중국)·귀덕초(일본) 등 2개 학교도 출국을 미뤘다.
제주도는 5일 예비비 15억원을 투입해 메르스 유입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공항 국제선에만 있던 열감지기(발열 감시 카메라)를 4일 공항 국내선에, 5일 제주항에 추가 설치했다. 또 지난 3일부터는 행정부지사였던 메르스관리대책본부장을 원희룡 제주지사로 격상하고 24시간 비상운영체제를 가동 중이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