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회생 가능성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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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이 SK그룹과 채권단의 채권을 일부 출자전환(빚을 주식으로 바꾸는 것)하는 방식으로 회생의 길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SK그룹이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늘리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했으며, 그동안 SK글로벌을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채권단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의 최대 채권은행(1조5백75억원)인 산업은행은 2일 SK그룹이 제시한 수정안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K그룹은 SK㈜의 출자전환 규모를 4천5백억원에서 8천5백억원으로 늘리겠다는 수정안을 지난 주말 채권단에 비공식으로 제시했다.

유지창 산은 총재는 이날 "SK의 출자전환 규모가 채권단의 요구(1조원)보다 적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사실상 이를 받아들일 뜻임을 밝혔다.

정부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대변해온 것으로 알려진 산업은행은 그동안에도 법정관리보다는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채권 회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펴왔다.

SK㈜는 지금까지 주주들의 반대와 동반부실 우려 때문에 4천5백억원 이상 출자전환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SK측은 수정제안에서 이 같은 SK㈜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우선상환주 방식으로 출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출자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어 정식 의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다른 채권금융사의 고위 관계자는 "출자전환 규모가 채권단이 요구했던 1조원에 다소 미달하지만 대신 영업이익을 통한 현금창출 능력이 목표(연간 4천3백억원)에 못 미칠 경우 1천억~2천억원을 추가 출자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조흥.외환.우리은행 등은 "결과적으로 1조원의 출자전환 효과가 나온다면 굳이 법정관리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신규자금 지원 등 채권단 입장에서 불리한 몇가지 조건들이 붙지 않는다면 회생시키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지분에 대한 대규모 감자(減資)를 실시하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채권금융사들에 대해서는 청산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청산가치(35%)의 비율로 채권을 사주는 바이아웃(채권매수 청구권)을 추진하기로 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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