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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변화구 앞에 서면 작아지는 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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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6.

'빅초이'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이 최근에는 좀 부진하다. 최근 다섯경기 타율이 0.143(14타수 2안타)에 불과하다.

2일(한국시간) 현재 최희섭의 시즌 타율은 0.236으로 떨어졌다. 최희섭은 전날 6타수1안타에 그친 탓에 2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1루수 자리를 노장 에릭 캐로스(타율 0.298)에게 내줬다. 타자에게 타율 0.250은 마지노 선이나 마찬가지다.

현재의 타율로는 주전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 최희섭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변화구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변화구에 약한 그의 면모가 극명하게 드러난 경기는 지난달 2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이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중에서도 '특급'으로 꼽히는 매트 모리스에게 '루키' 최희섭은 세 타석 모두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커브에 삼진을 당했다. 최희섭이 올 시즌 기록한 7개의 홈런은 모두 직구에서 나온 것이다.

직구에 강하다는 뜻이지만, 뒤집어본다면 그만큼 변화구에 약하다는 얘기가 된다. 4월 한달간 5개의 홈런을 쳤던 최희섭은 5월에는 2개를 보태는 데 그쳤다. 상대 투수들은 이제 최희섭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타격폼

전문가들은 최희섭의 타격 폼에서 변화구에 약한 원인을 찾는다. 이들은 1m95㎝의 거구인 최희섭이 공을 잘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 자세를 낮췄다가 공을 때리는 순간 상체를 번쩍 세우는 버릇이 있다고 지적한다.

타격시 축이 되는 오른쪽 다리가 곧게 펴지는데 이는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데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상체가 함께 들리면서 중심이 흔들린다는 단점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타자인 이승엽(삼성)은 "타격 때 무릎이 펴지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루키의 통과 의례

최근 최희섭의 부진이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송재우 MBC-ESPN 해설위원은 "최희섭은 지난달 19일 카디널스전에서는 변화구를 때려 2루타를 쳤다. 최희섭이 변화구를 못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강타자라 하더라도 빅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가 던지는 변화구를 쉽게 때려낼 수는 없다. 앞으로 노련미가 쌓이면서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승엽은 "낯선 투수와 그들의 낯선 구질, 볼배합에 신인이 빨리 적응하기는 어렵다. 다만 '변화구는 버리고 직구만 노리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ㆍ새미 소사(시카고 컵스) 등도 모두 첫해에는 고전했다면서 최희섭 역시 적응기를 거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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