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해 겨울은 따뜻했네』안병섭<서울예전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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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25동란 피난대열에서 엄마를 잃은 아홉살의 수지는 여섯 살짜리 동생 수인을 버린다. 수인의 애칭은 오목이.
영화는 사장부인이 된 수지 (유지인분) 가 광부의 아내인 동생 오목이 (이미숙분) 를 응급실로 따라와 헤어질때 목에 걸어준 은노리개를 접어들고 회상하는 형식으로 시작하여 자매의 각기 다른 그간의 인생역정을 펼친다.
수지가 고아원에서 오목이라는 이름의 고아를 찾아 만난 것은 한참 세월이 흐른 뒤였다. 그로부터 수지는 줄기차게 동생의 행방을 뒤따르나 끝내 언니라는 사실만은 밝히지 않는다.
오목이에게는 고아인 애인 일환(안성기분)이 있고 수지는 젊은사장의 구애를 받는다. 오목이는 어느 날 그 젊은 사장의 하룻밤 유희물이 된다.
이 사실을 안 권투선수 지망의 일환은 음악회에서 젊은 사장의 뻔뻔스러움에 일격을 가한다. 그리고 오목이는 일환이와 결혼하고 수지는 젊은 사장의 부인이 된다. 월남전에서 부상을하고 돌아온 일환은 자기 아들이 팔삭동이임을 알고 번민한다.
그후로 펼쳐지는 두 자매의 인생은 극단적으로 대조를 이루며 끝내는 일환이와 젊은 사장이 탄광에서 사고를 만나, 젊은 사장을 살리고 일환은 죽는다는 설정에 이른다.
박완서의 신문연재소설을 배창호감독이 영화화한 이 작품은 이산가족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동생을 버리고 그후 가진자의 편에 서게 된 언니의 이기심은 가지지 못한자가 된 오목이의 기구한 인생을 가련토록 만들어 놓음으로써 현대인의 가슴에 도사리고 있는 에고이즘을 고발하려 한다.
6·25에서 월남전을 거쳐 7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장장 2시간의 이 드라머는 백은 이산의 아픔을 오목이의 인생이 겪는 비참으로 대변해주고 있다.
오목이의 이미숙은 보기 드문 열연으로 역을 잘 처리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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