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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Outdoor] 목장길 따라 - 체험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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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회색 건물 속에 갇혀 사는 도시의 아이들은 항상 푸르름에 목마르다. 넓은 초원이 싱그러운 목장은 초록의 기운을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커다란 눈망울 끔벅이는 송아지와 함께 뒹굴고, 체온이 느껴지는 소젖을 직접 짜 마셔볼 수 있다면 아이와 함께 하는 체험여행으로는 그만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낙농체험 여행은 이런 기대를 채워줄 수 있는 기회다. 23일부터 첫 체험 손님들을 맞게될 경기 용인의 농도원 목장에 가봤다.

용인=최현철 기자<chd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 송아지와 친구 되기

'메에~' 오랜만에 풀밭으로 외출한 송아지가 염소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 태어난 지 2주밖에 안 된 녀석은 젖먹이 아이처럼 무엇이든 입에 닿기만 하면 정신없이 빨아댄다. 송아지의 주식은 우유. 그냥 어미 소에서 나오는 젖이다. 하지만 사람이 먹을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에서 송아지는 어미 젖을 빨 수 없다. 태어나자마자 격리되기 때문이다. 하루 4ℓ쯤 먹는 우유는 병에 담아 빨린다.

녀석들의 밥을 빼앗아 먹고 있다는 미안함을 억누르며 젖병을 빨려봤다. 한 손으로 턱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 젖병을 잡는데, 두 주밖에 안된 녀석의 빠는 힘이 보통이 아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젖병은 손에서 빠져나가고 덩달아 송아지들은 겅중거리며 도망간다. 하지만 어렵사리 쫓아가 다시 젖병을 물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쪽쪽 빨아대는 모습이 천상 젖먹이 어린아이다.

우유를 직접 짜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 착유기에 익숙한 소들은 젖 짜는 방에 사람들이 들어오자 긴장한다. 혹시 긴장한 소의 뒷발에 차일까 사람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 '잘 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긴장감을 더한다.

그러나 젖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어른 손가락 두 개 만한 굵기의 젖꼭지를 깨끗한 물수건으로 닦은 뒤 위쪽부터 잡고 힘을 주면서 살짝 훑어내리니 '찍' 하며 물총에서 쏘아져 나오듯 젖이 나온다. 신기할 따름이다. 나오는 우유를 받아 한 모금 마셔봤다. 비리고 냄새가 날 것 같은 선입견과 달리 보통 먹는 우유와 아무 차이도 없다. 하지만 많이 먹을 일은 아니다. 시판되는 우유는 유지방을 잘게 쪼개는 균질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화에 문제가 없지만 생우유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배탈이 날 수 있다.

◆ 목장의 진화

소들을 방목해 기르면 스트레스를 덜 받아 우유나 고기 질이 좋아진다. 그러나 한정된 면적에서 대량으로 사육하자면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요즘 목장들은 대부분 소를 축사에 가둬 기른다. 대신 남는 땅엔 호밀이나 귀리ㆍ옥수수를 심어 먹잇감으로 공급한다. 5만 평 면적에 젖소 130마리를 기르는 농도원 목장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지난해 10월에 파종한 호밀이 한창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고 나머지 땅엔 옥수수를 심기 위해 갈아놓은 상태다.

이 목장은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15년 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리스톨 우사를 도입했다. 소 한 마리가 하루 배출하는 분뇨는 대변 40㎏에 소변은 10ℓ. 엄청나게 쏟아내는 배설물은 바닥의 틈새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고, 다시 중력의 작용으로 아래쪽 저장소로 흘러가도록 한 우사다. 이렇게 모인 분뇨는 발효 과정을 거쳐 전량 목초지에 다시 뿌려진다.

다 자란 소의 목에는 전자 칩이 내장된 목걸이가 걸려 있다. 하루동안 젖을 짜는 양과 사료 공급량 등이 모두 자동으로 체크돼 컴퓨터에 저장된다. 넓은 목장엔 황병익(49) 사장 부부를 포함에 다섯 명만이 상주하지만 일손 걱정은 별로 없단다.

13년간 무려 12만㎏의 우유를 생산한 '게비'도 목장의 자랑. 젖소의 평균 수명보다 8년 이상 살면서 자신의 몸값보다 100배나 많은 2억원어치의 우유를 생산한 게비는 하루하루 기록을 경신해 가고 있다.

황 사장은 체험단이 오면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줄 생각이다. 소가 가장 힘들어 하는 젖짜기 프로그램에 은퇴 직전의 소를 내놓으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소를 내놓을 작정이다.

◆ 낙농체험은=목장은 생각보다 폐쇄적이다. 소가 한번 감염되면 순식간에 농장 전체에 퍼지기 때문에 외부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다. 하지만 우유 소비가 정체곡선을 그리고 낙농에 대한 오해가 심각해지자 낙농가들이 큰 결심을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목장에 와서 젖소와 우유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올해는 체험목장이 세 곳으로 늘었다. 농도원 목장과 함께 충남 당진의 태신목장, 경기 파주의 교야목장이 체험객을 받는다.

농도원.태신 목장 프로그램은 1박2일로 진행된다. 목장에 도착하면 젖소의 젖을 직접 짜보고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소들에게 건초를 먹여주는 체험을 통해 젖소와 친해지게 된다. 우유 아이스크림.빙수.버터 등 간단한 우유요리를 만들어보는 시간도 있다. 이밖에 가까운 우유공장을 견학하고 타조농장이나 꽃식물원 등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정도 포함된다. 목장의 주인공은 소. 소가 받는 스트레스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참가 인원에는 제한이 있다. 올봄 프로그램은 목장별로 네 번씩 진행하는데 한번에 19가족(4인 가족 기준)만 받는다. 어린이는 만 3세부터 초등학생까지만 가능하며 참가 경비는 어른 7만2000원, 어린이 6만7000원이다. 낙농진흥회 홍보팀 02-6007-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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