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찾아서<25>|제주 향토 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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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주 역시 지금은 육지와 별다른 식생활의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으나 빙떡과 자리회·오매기 술이 대표로 꼽히는 향토음식은 우리나라에서 독특한 하나의 계보를 이룬다. 음식의 재료가 되는 농수산물이 육지와 다르다는 점과 산출되는 식품이 곧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싱싱하다는 두가지점이 독특한 계보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산물이 싱싱하다는 것은 그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것이 최선이므로 싱싱한 산물이 있는 곳에서는 조리의 필요성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바다의 생선과 해조류를 거의 날것으로 이용하는 제주의 향토음식은 콩잎을 생으로 먹는다든가 돼지새끼를 잡은 즉시 회로 만들어먹는 등 음식의 싱싱함을 즐기는 편이었다.
그러나 제주에서도 해변부락과 산간부락과는 재료에 따라 조리법이 다르다.
음식은 재료가 신선해야 맛이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 그러나 싱싱하지 않은 재료(특히 해산물)라면 그것으로 어떻게 맛을 낼 수 있느냐는 조리과정이 절대 우선을 차지한다.
해변에 비해 산간지방에 조리법이 발달된 것은 싱싱한 재료라도 산간까지 옮기는 사이 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리돔의 경우 해변에선 거의 날것으로 먹는다. 그러나 해변에서 한시간만 걸어들어가는 마을이라도 이를 간하거나 일단 조리해서 먹게된다.
향토음식점 초가당(제주시삼도2동1192)을 경영하는 안정립씨(68)는 제주의 음식이 싱싱함을 강조한 것이기 때문에 조리음식에 익숙한 육지사람이 처음부터 그 맛을 알기가 쉽지않다고 했다.
그러나 몇번만 먹어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 자리회나 애저의 맛이라고 자랑한다.
또 메밀이나 조가 많이 산출되고 있어서 빙떡과 오매기 술이 향토음식으로 발달할수 있었다.
햇메밀가루가 선보이는 11월부터 빙떡은 제주의 진미가 되는데 관혼상제에는 빠지지 않는다.
메밀부꾸미라 부를 수 있는 빙떡은 무우채나물이 소로 들어가 한층 신선한 맛을 돋워준다고 현화진씨(제주여상교장)는 빙떡의 맛을 소개한다.
메밀을 곱게 갈아 물을 부어 거품이 일도록 휘저어 끈기있게 해둔다.
무우채는 곱게 썰어 끓는 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짜낸후 참기름과 깨소금·소금간으로 무쳐소로 준비해둔다. 당근이나 콩나물 등을 쓰기도 하는데 메밀의 감칠맛과 무우의 시원한 맛을 조화시키기 위해 무우만을 쓰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데친 무우의 물을 남김없이 꼭 짜내야 한다는 것. 물기가 남아있으면 메밀전으로 말기가 어려울뿐더러 음식의 볼품도 없어진다.
반죽한 메밀은 기름을 두른 번철에 얇고 동그랗게 지져내 식기전에 소를 넣고 김밥 말듯 말아 모양있게 양귀퉁이를 꼭 눌러내놓는다. 양념장에 찍어 먹는데 더울때 먹어야 제맛이 난다.
제주의 토속주인 오매기 술은 차좁쌀로 빚는것으로 제주에서 유일하게 안정립씨가 제조허가를 받아 1년에 2만ℓ씩을 생산, 소비하고 있다.
노란색깔의 청주위에 기름이 곱게 떠오르는데 쌉쌀한 맛과 달콤한 맛이 어울려 섬지방 특유의 풍미를 돋워준다. <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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