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첼」의장사임…"서독판 워터게이트"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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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독판「워터게이트」로 일컬어지고 있는 정치자금스캔들로 지난7월 7년장수하던 경제상이 희생된 뒤를 이어 이번에는 기민당당수를 지내기도 했던 연방의회의장이 거액의 뇌물을 받은것이 밝혀져 사임함으로써 서독정가에는 걷잡을수 없는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고있다.
이 스캔들의 발단은 서독 제1의 부호로 알려진「플리크」가가 제도상의 특혜나 정치가들의 호의를 사기위해 지난 10년간 막대한 정치자금을 정당에 기부형식으로 뿌린 사실이 3년전 검찰수사를받은데서부터 시작됐다.
플리크 콘체른은 산하에 노벨 다이너마이트등 철강·자동차·보험·증권회사를 거느린 연간매출액이 1백81억마르크 (약4조5천2백50억원)에 이르는 기업군.
「정치인 매수」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있는 플리크 콘체른의 정치자금스캔들의대표적인 예는 고위경제관료를 통한 교묘한 탈세사건이었다.
77년「플리크」는 다임러벤츠 주식을 판매하여 남은 차익을 외국에 투자하면서『국가경제에 유익한 경우 과세하지 않는다』는 경제상의「유권해석」으로 수억마르크의면세조치를 받았다가 탈세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
당시「람스도르프」경제상은 이때문에 검찰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며 결국 지난6월 물러나고 말았다.
「플리크」스캔들은「람스도르프」경제상의 사임으로 마무리되는듯 싶었다.
그러나 지난15일 서독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라이너·바르첼」현연방의회의장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플리크」로부터 정치자금을 제공받은 기록이 있다고 폭로, 사건이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
검찰이 압수한 플리크 콘체른의 장부에는 현재의「콜」수상,「브란트」사민당당수를 비롯, 기민-기사당, 사민당, 자민당의 명망있는 정치인들의 이름이「플리크」의 정치자금 지출과 관련, 기재되어 있다는것이다.
물론 이름이 기재됐다고해서 본인과 직접 관련된 것인지 아직 밝혀진것은 아니지만「바르첼」국회의장의 경우는 좀 색다르다.
「바르첼」의장이 문제가 된것은 정당의 금고로 가는 중간통로로서가 아니라 그의 개인구좌로 72년부터 79년까지 1백70만마르크(약5억원) 가 흘러들어갔다는사실때문이다.「바르첼」의장은 72년까지 현집권당인 기민당의 당수이자 수상후보로서 당시의「브란트」사민당정부에 도전하는 야당을 이끌고 있었다.
그가 72년「콜」현 수상에게 당수자리를 넘겨줄때 혹시 플리크, 콘체른과 기민당사이에 어두운 흥정이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 최근의 스캔들 폭로과 함께 나도는 추측이다.
「바르첼」에게 당수자리를 양보하는 댓가로「콜」의 측근인사들이 주선하여 금전적으로 보상하도록「플리크」를 동원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늣이 의혹의 초점이다.
이런 의혹의 배경은 그가 당직을 그만두면서 프랑크푸르트의 한 법률사무소에 고문상담역으로 취직한뒤 정기적으로 사례를 받았는데 그돈의 출처가「플리크」라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바르첼」이 법률사무소와 관계를 가졌던 시기가「플리크」가 이 법률사무소와 용역계약을맺고「대금」을 지불한 시기와 일치하고있다.
뿐만아니라「바르첼」이 이회사로부터「사례」받은 액수와「플리크」가 지불한 액수가 똑같아 그 의혹은『틀림없는것』으로 단정할만 했다.
「바르첼」은 그런 보수는 자신의 노력에대한 정당한 댓가이며 플리크 콘체른과는 관계없는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가 결백을 주장하더라도 주변정황에 비춰 연방의희 의장자리를 계속 지키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의 사임으로 스캔들이 하루빨리 잠잠해지기를 모든 정치관계자들이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바르첼」의장을 희생타로 날려보냄으로써 서독정가의 연쇄폭발을 막아보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그러나「바르첼」의장의 청문회가 있은 24일 서독의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은 플리크 콘체른이 지난10년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민당·사민당·자민당등에 모두 2천5백만마르크(약65억원) 의 자금을 기부형식으로 뿌린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고 보도, 서독정가를 휩쓸고 있는 회오리바람을 진정시키기에는「바르첼」한사람만으로 부족하다는 암시를 보여주었다. 【본=김동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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