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생모’ 고영희 우상화 시작됐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고영희

북한이 재일조총련 결성 60주년을 맞아 북송 재일교포 출신 예술인들을 치켜세우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24일 2면 특집기사에서 “위대한 수령님들(김일성과 김정일을 지칭)께서는 총련의 예술을 세계 해외교포 예술의 본보기로 빛내기 위해 큰 노고와 심혈을 기울이고도 모든 공로를 동포 예술인들에게 돌려줬다”며 “사회 최하층에서 헤매이던 전 총련 금강산가극단 배우 엄국지 동포는 절세 위인의 보살핌 속에 공화국의 어엿한 인민배우로 자라났다”고 선전했다.

 노동신문 보도가 나온 24일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가 2004년 프랑스 파리에서 암치료를 받다 숨진 날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고영희를 우상화 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5일에도 1면에 조총련을 “공화국의 자랑이고 민족의 영예”라고 부각시키며 분위기를 띄웠다.

1952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고영희는 10살 때 북송선을 탄 북송 재일교포다. 아버지 고경택은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평양에서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시절 김정일 눈에 들었다.

 북한이 바로 고영희 띄우기에 나서지 못하는 건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주민들의 편견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에선 북송 재일교포를 ‘째포’라며 비하해왔고, 일부에선 “원수님(김정은)은 백두혈통이 아니라 후지산 줄기”라고 비판하는 말도 나온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지 두 달 만인 2012년 2월 13일자에 고영희를 ‘평양의 어머니’로 표현한 시를 실었지만 후속 움직임은 없었다. 고영희의 부친이 일제시대 육군성이 관할하는 군복공장 간부로 일한 경력도 껄끄러운 대목이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