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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미횡단 철도에 매달리는 이유…원자재 확보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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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속철의 ‘수퍼 세일즈맨’이라 불리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번엔 지구 반대편의 남미대륙 횡단철도 건설 계획에 합의했다. 26일까지 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선 리 총리는 브라질과 페루에서 횡단철도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합의하고 향후 5년간의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했다. 이번 순방에서 리 총리가 서명한 100여개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남미 횡단철도는 대서양 연안의 브라질 항구와 태평양에 접해 있는 페루의 항구를 철도로 연결하는 것으로 중국에선 양양(兩洋) 철도라 부른다. 브라질 제2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와 페루 수도 리마 인근을 잇는 노선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5000㎞의 거리에 총 사업비 100억 달러(약 11조원)가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 철도가 건설되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대륙 동반부의 화물을 열차로 페루로 보낸 뒤 배에 실어 태평양 건너 중국으로 보낼 수 있다. 현재 대서양 연안을 따라 카리브해까지 북상한 뒤 파나마 운하를 거치는 수송로를 대체할 수 있다.

이 구상은 지난해 7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처음 제기했다. 당사자인 남미 국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 중국이 예산과 기술을 대겠다고 나선 것이다.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와 대두 등 식량을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이들 전략물자의 안정적인 운송로 확보가 중요하다.

시 주석의 구상에 남미 국가들도 호응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로선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중국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아시아로 통하는 간편한 통로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브라질의 제1 교역 국가다. "브라질 정부는 물류비용을 약 30%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인민망은 전했다. 페루로선 자국 항구를 물류 허브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국과 브라질·페루 세 나라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때부터 논의를 거듭해 왔다.

하지만 이 철도 건설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험준한 안데스 산맥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공사 자체가 쉽지 않다. 또 아마존강 유역을 통과하는 데 따른 환경 파괴 우려로 국제 환경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막대한 공사비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남미의 교통 통합 전문가인 헤나투 파반은 “현행 해로 이용에 비해 중국과의 거리가 줄어드는 것은 2000㎞밖에 안 된다"며 “지리적· 경제적· 상업적으로는 실행성 없는 아이디어로 오로지 정치적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중국의 속셈은 무엇인가. 파반의 설명대로 경제적 이익보다 전략적·정치적 이익을 노린 것일 수 있다. 왕위성(王隅生) 중국 국제문제연구기금회 집행 주임은 “양양철도는 새로운 파나마 운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권 아래 있는 파나마 운하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는 의미다. 파나마 운하가 봉쇄되는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별 지장 없이 전략 물자를 수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남미의 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페루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크다. 인민망은 “양양철도가 건설되면 중국과 남미의 상호 연계와 소통을 실현하는 근간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본 건 중남미에서 중국의 파워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을 추구하는 사이,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 중남미를 파고 들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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